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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기업가치 보고서 작성하자

서태식<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요즘 주가가 많이 올랐다. 대통령이 “주식시장이 1,000포인트 넘어서는 것을 보고 이제는 정치구조 얘기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주가 사상 최고치. 새장 연다’라는 제하의 기사도 나왔다. 그러면 기업의 무엇을 보고 주식을 비싸게 사고파는 것일까. 종합주가지수는 비교적 완만하게 오르내리지만 종목별 주가는 널뛰기하듯 오르내린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불확실성일 것이다. 비교적 불확실성이 낮은 부동산 가격은 오르더라도 널뛰어가며 오르지는 않는다. 가장 불확실성이 낮은 국공채값은 이자율 변동 정도의 등락밖에 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의 근원에는 무수히 많은 기업 내외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보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다. 증권 투자가들은 주식을 살 때 기업가치를 어떠한 방법으로 파악하는가. 그리고 재무보고서만 보고 사는 투자가가 몇 명이나 될까. 큰 손해를 본 후 재무보고서를 보고 샀다가 실패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과연 재무보고서만 보고 주식을 샀을지 의문이다. 기업가치를 보여주는 자료는 무수히 많다. 재무보고서도 그중 하나이기는 하나 기업가치를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재무보고서는 기업가치의 절반도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한다. 재무보고서 이외에 기업가치를 보기 위한 비재무정보가 대단히 많다는 이야기다.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라는 말이 있다. 재무보고서로 채워주지 못해 생기는 정보의 진공상태는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어떠한 식으로든 채워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정보는 소문에 의존하거나 비공식 채널을 통해 수집된다. 그리고 그 결과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재무보고서는 과거의 정보를 보고하는 것이다. 과거가 이러했으니 미래는 이용자 각자가 알아서 짐작하라는 의미가 된다. 이용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귀 기울이지 않고 작성자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작성 보고하는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정보(forward-looking information)를 얻고 싶은데 과거 정보만 알려주는 셈이다. 이용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비재무정보로는 회사 전략의 방향, 시장성장률, 시장점유율, 현금흐름, 경쟁구도, 브랜드 가치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산업별로는 그 산업 특유의 의미있는 정보가 있을 수 있다. 또 중요한 비재무적인 정보로, 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시장에 대한 견해가 있다.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지만 투자자는 기업의 지도자가 생각하는 미래의 잠재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투자자는 경영자의 견해를 자신의 견해와 비교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도 있다. 재무성과는 결국 기업이 여러 가지 유ㆍ무형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자산에는 브랜드, 고객, 공급자, 사회적 평판 등 외적인 것과 사람, 조직, 재무자원 등 내적인 것이 있다. 이 같은 비재무정보가 보완돼야만 재무자료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 며칠 전 한국기업데이터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XBRL을 이용해 기업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XBRL은 누구나 기업의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내려받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쉽게 분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여러 회사의 매출총이익률을 비교할 때 지금은 각 회사의 것을 하나씩 모아 계산해야 하지만 XBRL로 재무보고가 돼 있으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여러 회사의 것을 비교할 수 있다. 그러면 회계정보는 더욱 투명하고 정확해질 것이다. 더구나 XBRL은 재무정보뿐만 아니라 비재무정보에도 적용될 수 있으므로 XBRL로 보고하게 함으로써 이용자들이 편리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기업정보 공시는 종이문서 시대에 하던 방식대로 인터넷에 그대로 올려놓고 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 환경에서 정보의 편집ㆍ가공ㆍ분석ㆍ유통 등이 자유로운 시대가 됐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를 활용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XBRL이라는 신기술이 등장했으니 이의 보급 확산 역시 필연적인 수순이 될 것이다. XBRL을 통해 재무정보 이용을 쉽게 하고 비재무정보도 더 충실히 보고하게 함으로써 기업가치 보고서에 어느 정도 근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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