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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경기 살리기에 나선 정부가 15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고한 가운데 재계가 발 빠른 맞춤 대응에 나섰다. 경제단체들이 투자와 고용을 연초 계획한 수준에서 집행하는 한편 소비심리와 연관이 있는 각종 기업행사도 가능한 선에서 취소하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삼성과 현대차 등 개별 대기업들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오는 7월 말 '드림클래스'에 참가하는 중학생과 대학생 선생님을 대상으로 열 계획이던 '플레이 더 챌린지(Play the Challenge)' 행사를 취소하지 않고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다. 드림클래스는 대학생들이 과외 교사가 돼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삼성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삼성은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7월 말이면 메르스가 진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학생들의 방학 기간을 고려하면 행사를 연기하기도 어려워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르스 여파로 공연·전시 업계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행사 개최의 배경이 됐다. 삼성은 이에 앞서 다음달 4~5일 열릴 예정이었던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취소한 바 있다.
삼성은 또한 사장단 등 최고위급 임원이 솔선수범해 국내로 휴가를 떠나도록 권유해 소비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계열사는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2주가량을 하계 휴가 기간으로 잡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메르스로 인한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개월간 할부금을 유예하는 프로그램을 25일부터 시작했다. 기존 신차 구매고객 가운데 현재 현대캐피탈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 대상이다. 현대차는 또 메르스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살리기에도 나섰다. 현재 할인이 적용되는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이 할인금액 대신 해당 금액의 110%에 해당하는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바꿔준다. 50만원 상당의 할인을 받는 고객이라면 55만원 상품권으로 교체해주는 것이다.
SK그룹도 경기침체 극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SK는 전 임직원이 헌혈에 참여하고 회사는 헌혈에 참여한 임직원 숫자만큼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을 기부하는 메르스 극복 대책을 마련해 앞으로 2주간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메르스 여파로 헌혈이 줄어 일선 병원에서 혈액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데다 유동 인구가 줄어 전통시장 소비가 줄어들자 이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 역시 메르스로 인한 아픔을 뒤로 하고 잠시 미뤄뒀던 일정을 속속 진행하고 있다. 핵심계열사인 LG전자는 원래 이달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상반기 신입공채 면접 일정을 계획했다.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던 LG전자는 지난 22일부터 면접 전형을 재개했다.
이와 함께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주재 아래 열리는 계열사별 '전략보고회'를 8일부터 예정대로 개최하며 중장기 사업 전략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재계 단체들도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정기 하계 포럼을 예정대로 다음달 22일부터 3박4일 동안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기로 확정했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을 막기 위한 조치다. 투숙객 가운데 메르스 확진자가 나와 영업을 전면 중단한 제주 신라호텔은 다음달 초 영업을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중 계획이 수립된 투자·고용을 현 수준에서 더 늘리기는 어렵지만 위축된 소비 심리는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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