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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5일] 서민 식단까지 바꾼 고물가
입력2009-03-04 18:28:49
수정
2009.03.04 18:28:49
[기자의 눈/3월 5일] 서민 식단까지 바꾼 고물가
생활산업부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치솟는 물가가 우리집 식단까지 바꿔놨네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한 40대 주부의 한숨 섞인 하소연에는 2009년 대한민국 가계의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식료품값 때문에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고기 반찬을 줄이고 대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채소 위주로 저녁 메뉴를 바꿨다. 평소 남편이 좋아하는 고등어도 이제 한달에 한두번 식탁에 오를까말까 할 정도. 물론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앞으로 물가가 또 어떻게 뛰어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당분간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작정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침없는 물가 상승세가 한 가정의 식단을 바꿔놓은 것처럼 이제 대다수 서민들에게 물가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가장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로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을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지수의 상승세는 이보다 더 가파르다. 최근 국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생필품 가격을 1년 전과 비교해본 결과 쌀과 식용유ㆍ세제ㆍ우유ㆍ설탕 등 상당수 제품가격이 두자릿수 이상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4.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결국 정부의 물가지표와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물가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현 정부의 물가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마트와 시장에서 만난 대다수 소비자들과 상인들은 한결같이 정부 당국자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즉 현실은 외면한 채 책상 머리에 앉아 각종 지표에만 의존한 ‘숫자놀음’ 식의 물가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정부 관료들이 말로만 물가를 잡겠다고 떠들 게 아니라 수시로 현장에 나와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시중에는 전쟁이나 마마보다 무서운 게 ‘물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고물가 속 국민들의 고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라는 현 정부의 ‘막연한 장밋빛 미래’보다 지금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안정된 물가의 오늘’이라는 점을 정부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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