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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선 뒷골목도 패션·문화의 거리

■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br>뉴요커 입소문 타고 세계 문화^예술산업 이끌어


뉴욕 패션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요즘 어떤 갤러리에서 어떤 화가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지, 세계적 모델 케이트 모스가 어떤 옷을 입고 패리스 힐튼이 어떤 새 가방을 선택했는지 등 뉴욕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 같은 관심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필요해서 만은 아니다. 이들은 전세계 문화ㆍ예술 산업의 지형도를 바꿔놓는다. 제이콥스의 관심은 예술계의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모스의 옷은 한국에서 ‘짝퉁’으로 확대 재생산되기도 하며 힐튼의 가방은 ‘잇 백’이라는 이름으로 판매고를 끌어올린다. 보통의 사람들은 뉴욕의 경쟁력이 재정과 투자 분야에서 생겨난다고 알고 있다.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산업과 거기서 파생된 금융, 보험, 부동산 산업이 지금의 뉴욕을 만들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20세기 전부터 뉴욕은 문화ㆍ예술의 메카로 절대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왜 뉴욕인가. 왜 뉴요커들의 선택이 글로벌 문화ㆍ예술 산업을 지휘하는 것인가. 문화는 제품의 성능이 아니라 인간의 취향이다. 따라서 문화를 소비하는 구매자에게는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세터(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나 게이트키퍼(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사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뉴욕은 이 같은 ‘주요 인물’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들의 네트워크를 받쳐주고 있다. ‘선도적인 소비자’로 불리는 이들은 사회적 관계(social life)가 좋고 이를 관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파티를 벌이고 춤추고 노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같은 활동 자체가 그들에게는 삶의 목적이자 수단이다. 이런 자리를 통해 그들은 필요한 일자리를 구하고 일에 도움이 되는 업계 종사자를 만나는 기회를 얻으며, 종종 늦은 밤 클럽에서 중요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디자이너는 댄스 클럽에서 춤추던 이름 모를 여인에게서 다음 시즌 패션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여기다 뉴욕의 지리적 조건도 크게 작용했다. 주요한 문화ㆍ예술활동은 맨해튼과 브루클린, 퀸즈와 브롱크스 같은 일정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서울로 치면 서초구와 동작구를 합친 크기 남짓한 공간에서 아티스트ㆍ뮤지션ㆍ디자이너와 클럽, 미술관, 록 콘서트장이 모두 모여있는 것이다. 이러한 밀집 현상이 뉴욕이 글로벌 트렌드 선도지역이 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첼시에 모여있는 갤러리와 소호의 유흥가, 웨스트 빌리지 등에 밀집한 예술 공동체는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이 손쉽게 교류하고 활성화하는 기반이 됐다. 디자인해서 쇼윈도에 내 건 신상품이 즉시 트렌드세터의 눈에 띄어 유행이 되고, 셀러브리티들(최신 유행을 주도하는 유명인사)의 입소문을 따라 확산되는 것이다. 한편 뉴욕은 길거리문화부터 고급문화가 한데 뒤섞이며 영감과 자원을 공유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만들어냈지만 부정적인 외부효과도 일으켰다. 문화 예술 생산자들과 관련 기관들이 높은 생활비 부담으로 자신들이 형성한 창조적 공간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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