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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4000억 긴급 요청

"당장 배 만들 돈도 떨어져"… 채권단 추가 지원 고심

지난 4월 자율협약 체결 이후 강도 높은 실사를 벌여온 STX조선해양이 기존에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6,000억원 외에 추가로 4,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지원하지 않으면 당장 배 만들 돈이 없다는 것이다. 실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달 초까지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던 채권단은 고민에 빠졌다.

22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STX조선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오는 7월까지 선박제작에 필요한 자금 4,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STX조선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1년 전후로 수주했던 배를 올해와 내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도해야 하는데 현재 배를 만들 수 있는 자금이 바닥난 상황"이라며 "긴급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6월에 인도하는 배부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채권단은 4월 STX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총 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STX조선 측은 이 중 4,000억원은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막는 데 썼고 나머지 1,5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소진했다. 이달에 STX조선이 인도할 선박 3척은 공정이 거의 완료됐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STX조선은 내년 말까지 120척을 만들어 선주에게 인도해야 한다. 그 대가로 올해와 내년에 걸쳐 6조5,000억원이 STX조선으로 유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6월 인도분부터 추가 자금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선박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공정이 지연돼 제때 배를 인도하지 못하면 지체보상금까지 물어야 한다.



채권단은 고민에 빠졌다. 실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4월 당시 6,000억원을 지원했을 때는 실사 결과를 근거로 경영정상화 계획이 마련되는 6월 말까지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으로 봤다"면서 "당장 배를 만들 돈이 없는 상황인 만큼 지원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STX의 이 같은 다급한 상황과 달리 채권단은 여전히 지원을 미적거리고 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최근 금융당국에 채권단이 구조조정 결과로 떠안을 손실에 대한 보전이나 면책 보장을 해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매우 큰 STX그룹 지원에 나서려면 나중에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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