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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비축량 파악하라" 美 쿠싱은 트레이더들 첩보전쟁터

적외선 항공촬영장비 동원 소비량등 정보 선점 경쟁 치열


미국 중서부 사막지대인 오클라오마주 쿠싱(Cushing). 인구 8,000여명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이곳은 원유 트레이더들에겐 금고를 열 수 있는 황금열쇠이자, 실력의 경중이 가려지는 진검승부의 본무대다. 미 최대 석유비축기지가 자리잡은 쿠싱에는 총 322개의 대형 석유저장 탱크가 밀집돼 있다. 이곳의 석유비축 규모는 미 석유 재고량의 15%에 해당하는 5,510만 배럴. 세계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미서부텍사산중질유(WTI) 가격은 이곳의 재고량에 따라 춤을 춘다. 원유트레이더들은 이곳의 석유탱크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차 있는 지와 파이프라인을 통해 나가는 석유가 얼마나 되는 지를 알아내려는데 혈안이 돼 있다. WTI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재고량과 소비량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트레이더들이 쿠싱을 본무대로 남들보다 빨리 정확한 원유 재고 및 소비량을 측정하기 위해 007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월가에서는 모두에게 공개되는 정보는 그다지 가치가 없다. 그러나 경쟁사보다 한 박자 빨리 정보를 알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정보는 곧 돈이다. 쿠싱 석유비축기지를 둘러싼 석유 정보수집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적외선 항공 촬영. 고성능 적외선 카메라와 컴퓨터가 장착된 헬기와 경비행기를 쿠싱 기지 상공에 띄워 322개 탱크 속에 들어있는 석유재고량을 산출해 낸다. 항공촬영으로 수집된 영상 자료를 전문적인 정보분석기관의 판독을 통해 알아내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정보를 파악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수집하는 전문회사도 등장했다. 젠스케이프가 대표적이다. 일주일에 두 차례 헬기로 항공촬영을 하는 이 회사는 뉴욕의 월가의 투자은행, 석유메이저, 휴스톤과 시카고 등지의 상품전문 헤지펀드 등 30여 개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또 다른 정보수집 대상은 원격 전자기장(電磁氣場ㆍelectromagnetic field)를 이용한 석유송출용 전략소비량. 파이프라인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흐르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펌프의 전략소비량을 파악하는 기막힌 발상이다. 석유트레이더들은 이 정보를 통해 석유소비가 줄었는지 늘어났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첩보전을 통해 수집된 정보의 진가는 미국의 석유재고 현황이 공식 발표되기 직전에 발휘된다. 미국 상무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과 미국 석유산업협회(API) 등 2곳이 재고량 공식 집계기관이지만 원유트레이더들은 사설 정보회사를 통해 수집된 석유 비축량과 펌프 구동을 위한 전략 사용량 등을 토대로 선수를 칠 수 있다. 재고가 줄어들었다는 정보를 미리 파악하면 공식기관의 발표 직전에 사들이고, 반대로 재고가 늘었다면 미리 석유를 파는 식이다. 미 석유산업의 본산인 휴스톤 소재 원유컨설턴터인 앤드류 립포우 대표는 "쿠싱은 석유물류의 허브"라며 "관건은 재고량 파악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전의 힘은 2008~2009년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극심할 때 특히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로 치솟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배럴당 34달러까지 폭락했었다. 한편 쿠싱기지의 비축석유는 완만한 수요 증가로 느린 속도로 시장으로 흘러나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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