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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공화국, 특별법이 시급하다] <하> 처벌수위 높여야 보험금 사냥꾼 막는다

현행법으론 '지능화 범죄' 막기 한계… 반인륜·고액 땐 가중처벌을

전담기구 상설화 하고 전문인력 육성 필요

선의 보험계약자 보호 안전판도 마련해야

/=연합뉴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제목이자 변영주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 '화차(火車)'는 일본 전설 속의 불수레를 의미한다. 전설 속 화차는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우고 다니며 한번 올라타면 두번 다시 내릴 수 없다.

매년 10%가량 늘어나는 보험사기 증가세를 보면 이 화차가 떠오른다. 내달리기만 할 뿐 멈출 줄을 모른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이들 또한 거액의 보험금에 중독돼 스스로를 불구덩이로 몰아넣는다. 마치 불을 쫓는 불나방을 연상케 한다. 보험사기라는 이 불수레를 멈추게 할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처벌강화와 엄밀한 수사로 보험사기 시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는데다 10대가 주축이 된 보험사기 사건도 심심찮게 들리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백약이 무효하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보험 업계에서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3년에 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법안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강화는 물론 보험금 수령액이 많을수록 가중처벌하도록 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보험금 사냥꾼을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2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이 법안이 통과돼야 화차처럼 질주만 하는 보험사기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만으로는 한계=보험사기특별법은 우선 보험사기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 형법상의 일반 사기와 명확히 구별했다. 특별법 제2조에 따르면 △보험사고의 원인·시기·내용 등을 조작하거나 피해 정도를 과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 △고의로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시켜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 △거짓으로 피보험자를 다치게 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 등이 보험사기다.

보험사기 방지를 전담하는 상설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현재도 서울중앙지검에 보험범죄전담 합동대책반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명확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보험감독청 산하에 보험사기조사국(IFB)이, 영국은 보험범죄사기방지국(CFPB)이 설치돼 보험사기와 관련한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특별법 제4조에 따르면 해당 상설기구는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나 정책수립 외에 보험사기 행위에 대한 조사업무를 전반적으로 담당한다. 보험사기와 관련된 다양한 수사경험을 바탕으로 보험 사기 근절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험사기 공모자들이 맞닥뜨릴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보험사 조사와 관련한 역량 강화 조치 또한 눈에 띈다. 특별법 제4조는 보험사기를 효율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보험사가 조사조직을 설치, 운영하도록 했으며 임직원의 교육 및 연수업무도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보험사기의 초기 적발률을 높여 보험사기 시도 자체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또 특별법 제5조를 통해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행위는 금융감독원에 즉각 보고하도록 했으며 허위보고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험사가 보험사기 조사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손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민원과 관련한 우려로 확실한 물증이 없으면 금융당국에 보험사기를 신고하기 힘든 분위기"라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기 적발건수가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별법은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판도 마련해뒀다. 특별법 제6조는 보험사가 보험사기 조사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지 못하도록 했다. 제14조의 비밀유지 의무 항목을 통해 보험사기 관련 업무 종사자가 직무수행 중 취득한 정보나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지 못하도록 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유주선 강남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실정법으로는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보험사기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든다 하더라도 보험사가 이를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보험사기특별법은 선의의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뿐 아니라 보험업의 건전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처벌강화로 보험사기 근절=특별법은 무엇보다 처벌강화를 통해 보험사기를 근절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직장인과 주부에게로까지 번진 보험사기 열풍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별법 제10조에 따르면 보험사기가 입증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지금까지의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이 형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벌금액을 3,000만원 높였다.

수령 보험금 액수가 높을수록 가중처벌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특별법 12조는 보험금 수령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보험사기범들이 거액을 노리고 비슷한 범죄를 수차례 반복한다는 점에서 처벌강화를 통해 추가 보험사기 시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또 형법에서 살인(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중상해(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를 저질렀을 때보다 처벌을 강화했다. 특별법 제8조 및 9조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의 경우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보험금을 노린 중상해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또 특별법 제13조에 의해 확정판결을 받은 이는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으며 만약 보험금을 이미 받았다면 그 즉시 보험금을 반환하도록 했다.

신의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산업경제범죄연구실장은 "가족 등을 살해하는 반인륜적 보험범죄는 물론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보험사기가 사회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보험범죄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보험범죄에 대한 법제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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