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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대담: 채수종 사회부장 sjchae@sed.co.kr<br>"저출산 해소위해 다자녀 가구엔 파격적 인센티브 줘야"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려면 결혼을 일찍 한 사람에게 공무원시험에서 가산점을 주고 자녀를 셋까지 낳으면 정년을 늘려주거나 회사에서 승진이 잘 되게 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어떤 나라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는데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은 더 늘려야 합니다.” 노령인구 지금처럼 급증땐 건보체계 유지하기 힘들어
영리의료법인 도입 신중히 일반의약품 소매판매 필요
정형근(64ㆍ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이 우리 사회의 최대 당면 과제인 ‘저출산ㆍ고령화’ 해소를 위해 내놓은 파격적인 제안이다. ‘공안검사’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출신’ ‘폭로 정치인’ 등 강성 이미지와 달리 정 이사장은 누구보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먼저 인식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13일 마포의 공단 집무실에서 만난 정 이사장은 “저출산 해소는 미래 국가의 문제로 어느 곳보다 과감히 재정투입을 해야 한다. 육아문제는 경제적으로 선순환이 되고 부가가치가 높아지니 획기적인 발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신문이 건강보험공단과 함께 기획으로 연재하고 있는 ‘인구 대재앙’ 시리즈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높습니다. 이사장님께서도 최근 조찬토론회에서 연이어 저출산 문제를 주제로 삼고 계신데요. 언제부터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2004년도 들어 경제발전을 위한 적정 인구를 생각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니까 학교도 그렇고 병원도 소아과ㆍ산부인과가 자꾸 문을 닫는 상황이었습니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한 자녀 더 갖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 같은 분을 모셔 전국적으로 활동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정부 대책으로는 안 됩니다. -건보공단도 저출산 영향을 많이 받는 단체인데 이사장님께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까. ▦아시다시피 국민연금도 오는 2060년이면 고갈된다고 합니다. 노인 인구가 우리가 생각하는 추계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노인 인구는 530만명가량 됩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노인 인구가 지금처럼 급격하게 늘어나면 건보 재정 악화는 물론이고 건보 체계를 유지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우리도 ‘미래 지킴이(Save the Future)’라는 구호를 걸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래 지킴이’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됩니까. 좀 더 상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우선 공단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습니다. 지금 전세계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과거 사례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최상의 방책을 가지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단기ㆍ중장기로 나눠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입니다. 우리 공단은 여성이 많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임신해서 근무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우리부터 모범을 보이자고 했습니다. 1980년대 미국 CIA에 갔는데 여성들이 옆 건물에 있는 보육원에 애를 맡기고 일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우리 공단에도 그런 보육원을 만들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나 공기업에도 그런 시설이 있으면 키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애를 못 낳겠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얼마 전 여성이 왜 애를 안 낳는지 공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보육문제ㆍ교육문제가 가장 주된 요인으로 나왔습니다. 보육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교육은 제가 말할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평범한 시골의 공립학교에서 학원을 보내지 않고도 하버드대ㆍ스탠퍼드대 등 아이비리그 갈 수 있습니다. 공교육 제도를 국가가 뒷받침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라 건보의 재정 문제도 우려됩니다. ▦건보 재정의 30조원 정도가 의료비 청구인데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의료비가 10조원 넘게 나가고 있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수명이 늘어나니 만성질환도 많고 건강한 삶을 챙기다 보니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노인 진료비를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과연 건보 재정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의료비 절감을 위해 노인들이 병원에 가기 전 사전에 예방하는 헬스케어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불필요하게 약을 타는 노인들은 데이터 관리를 통해 지도하겠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출산을 통해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젊은 세대를 길러내야 합니다. 크게는 민족적ㆍ국가적 과제지만 건보공단도 인구가 많아야 합니다. 아이를 낳으면 투입한 돈의 7배, 10배의 효과가 일어납니다. 출산을 통해 선순환 성장을 가져오므로 국가의 산업적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건보공단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노인 진료비 부담 등과 관련해 건보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담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반발이 큽니다. ▦의사들은 수가가 높아야 된다고 주장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건보료를 올린다고 하면 비판합니다. 최근에 공단에서 6.4%의 인상안을 내놓았는데 평균적으로 하면 4,000원 수준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4,000원인데 이 돈으로 보장성이 좋아집니다.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곳은 국민 부담률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우리는 5% 수준밖에 안 됩니다. 건보료 평균이 5만원 정도인데 1만원이 안 되는 사람도 있고 100만원 이상 내는 고소득자도 있습니다.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면 1만원 이상 5만원 이하 내는 사람의 불만이 가장 큽니다. 희귀난치성 질환 진료에 본인 돈을 하나도 내지 않고 29억원까지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4억원, 5억원도 여럿입니다. 노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어떻게 해소할 방법이 없습니다. 더 내는 만큼 보장성이 커지는 것이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를 낳으면 즐겁고 행복하다는 식으로 사회문화를 바꿔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원인과 문제점을 찾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지 못하면 칠거지악으로 불리고 문제도 됐는데 요즘은 애가 있으면 애물단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젊어서 아이를 낳으면 이상하게 취급하고 나이 먹고 결혼을 안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골드미스’, 일본에서는 ‘독신귀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파격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프랑스도 국내총생산(GDP)의 4.6% 정도를 투입하니 이제서야 효과가 조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 가보니 아이가 태어나면 18세까지 정부에서 1인당 30만~4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둘째부터 40만원을 준다고 하면 18조원이 들고 셋째부터 치면 4조원 정도가 듭니다. 우리도 그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를 안 낳는 것도 문제지만 만혼도 문제입니다. 1960년대 초혼 연령이 24세였는데 지금은 28세가 넘습니다. 애는 30세가 넘어야 낳습니다. 늦게 애를 낳으면 아이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결혼을 일찍 하고 애를 낳은 사람이 취직에서 이득을 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출산에 대한 이사장의 고민과 생각을 십분 이해합니다. 화제를 돌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 도입에 관해 이야기해보죠.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면 돈 없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국가 의료보험체계의 영국ㆍ독일도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의료관광으로 유명한 싱가포르도 공공의료가 80%입니다. 우리도 도입한다면 점진적으로 공공의료의 보장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당연지정제도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한다고 해도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영향은 조금 있을 겁니다. 영리의료법인이 필요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사전에 점검하면서 방어체계를 잘 갖춰야 합니다. -일반의약품(OTC)의 소매점 판매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박카스를 약국에서만 사야 합니까. 기획재정부에서 풀어야 한다고 하는데 재정부나 약사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봐야 합니다. 오용되고 남용될 수 있는 약이나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허용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정 이사장께 취임하실 때부터 강조했던 건보공단 개혁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국회 복지위원회에 있을 때부터 개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간부 인사에서 95% 정도를 뒤집어버렸습니다. 계약이나 이권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전부 바꿨습니다. 인사나 계약에서 많은 부탁을 받았지만 한 번도 그렇게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사 문제에 있어서도 지사장이 약점이 있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 와서 집에도 안 가고 새벽3~4시까지 의료보건정책을 다룬 전문가들의 각종 보고서 등을 보고 공부했습니다. 비리나 부정이 있으면 노조에 어떻게 떳떳할 수 있겠습니까. 청렴하고 윤리경영을 해야 직원들이 따릅니다. 저를 따라오면 미래가 있고 비전이 있다고 의식하도록 조직을 바꾸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단이 전문성을 가진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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