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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해외 PF 국가대항전


해외건설 5,000억달러 수주. 지난 6월 누적액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해외 건설시장에서 달성한 빛나는 훈장이다. 1980년을 전후해 열사의 땅 나라 중동에서 시작된 해외건설 수주가 이제는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ㆍ선박ㆍ반도체 수출액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대로라면 내후년 1,000억달러 수주 달성,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도 문제없을 듯하다.

하지만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현재 371억달러로 당초 목표액인 700억달러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정치적ㆍ경제적 이유로 중동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되고 있고 유럽 건설시장 침체, 유로화 가치절하에 따른 유럽계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중동시장 공략 등이 수주 부진의 주된 이유다. 중국ㆍ인도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건설기업들의 수주 패턴이 지역별ㆍ공종(工種)별로 다양화 추세를 보이며 올 수주 목표액 달성을 위한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시장의 수주점유율이 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고 중남미 신흥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 크루즈 정유설비(21억달러), 칠레 석탄화력발전소(12억달러) 등 대규모 플랜트 수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공종 측면에서도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전통적 강세였던 민자발전ㆍ담수설비ㆍ석유화학설비 위주에서 벗어나 호주 해양가스처리설비(27억달러)와 같은 대형 해양플랜트나 이라크 신도시사업(78억달러)과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꾸준히 개척해가고 있다.

이처럼 해외건설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해외건설협회와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외 건설시장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금융ㆍ정보ㆍ인력 부족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자금조달 능력이 성패 좌우

해외 프로젝트 규모가 대형화되고 '선금융ㆍ후발주'방식이 일반화됨에 따라 대규모 자금조달 능력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고 바젤협약 등 국제규범까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거액의 장기 여신을 제공할 수 있는 수출신용기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은 35년간 축척된 해외 파이낸스에 대한 전문성과 44개국 100여개 기관과 맺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금융자문부를 설립했다. 우리 기업의 수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자문과 주선 서비스 제공이 금융자문부를 만든 주된 이유다. 설립 이후 금융자문부는 총 16건, 228억달러에 달하는 사업 발굴부터 금융자문 및 주선, 자금 지원까지 포괄적인 금융 서비스를 우리 기업들에 적극 지원해왔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대형 해외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는 어렵다. 다른 경쟁국들의 경우 자국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수출신용기관들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만 하더라도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활용, 자국 기업의 자원개발이나 해외투자를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수출입은행이나 캐나다 수출개발공사 등도 정부의 재정 지원과 민간 금융기관에 적용하는 규제를 배제하고 있다. 해외 건설시장은 이처럼 각국 정부가 수출신용기관 기능 강화를 통해 수주 경쟁을 펼치는 이른바 '수출신용기관 국가대항전'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수출신용 등 늘려 경쟁적 수주 지원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이달 들어 법 개정을 통해 수출입은행의 여신한도 규제를 완화해주고 1,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출자를 실시한 것은 무척 고무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경제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민경제에 대한 수출기여율은 73%에 이르며 이로 인한 취업인원은 425만명으로 나타났다. 즉 국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필요조건이 된 것이다.

우리 플랜트 기업들은 오늘도 중동ㆍ아프리카ㆍ아시아ㆍ중남미 등지에서 수주 전쟁을 펼치느라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런 우리 기업들에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건설 한류(韓流)'가 대한민국의 브랜드이자 핵심가치가 되는 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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