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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두려운' 전통과의 만남

현대예술가 박찬경 개인전

박찬경作 '봉원사' /사진제공=PKM갤러리

현대예술가 박찬경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화동 PKM갤러리에 들어서면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이 들려온다. "지어비금주수(至於飛禽走獸)까지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라는 마지막 장면에서 박찬경은 전시 제목 '광명천지'를 빌려왔다. 실재와 허구, 상상과 현실,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작가 박찬경은 '한국적 유토피아'를 찾고 있다. 친형인 영화감독 박찬욱 못지 않게 '난해한 작가'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의 일관된 호기심은 우리의 전통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현대와 어떻게 충돌하고 갈등하는지에 접근한다. 전시는 앞서 2008년 아틀리에 에르메스 개인전에서 계룡산 문화를 소재로 한 '신도안'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작품 '민학-바위맨'은 돌산을 오르는 사내의 모습으로, 1970년대 민속학자들을 수록한 서적 '민학(Folkism)'에서 발췌한 사진을 확대한 것이다. 옛 것을 중시하는 숭고함과 현대적 합리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기괴함이 공존해, 전통 문화를 바라보는 작가의 심정을 대변한다. 봉원사, 옥천암 불상 등 밤에 찍은 사찰 사진들은 익숙한 장면이지만 어딘가 생경하고 심지어 공포 분위기까지 조성한다. "전통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것을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표현할지는 모두가 고민해 온 부분입니다. 대체로 이것은 '전승(傳承)' 혹은 '미화'로 기웁니다. 그러나 전통이 쉽게 현대화 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닐까요? 오히려 전통은 두렵고, 현대화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설고 두려운 것이죠." 이외에도 북한 그림교본 '해금강의 파도'의 발췌 그림을 소재로 한 영상 설치작품 '정전'도 흥미롭다. 파도를 그리는 '규칙' 속에 민족적 낭만주의가 담겨있다. 북한 그림을 남한 작가가 활용한, 남북 합작 작품인 셈이다. 전시는 PKM갤러리와 맞은편 '바틀비 비클 앤 뫼르소(BB&M)'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영상ㆍ사진ㆍ회화ㆍ드로잉 등 28점을 양쪽에서 6월11일까지 전시한다. (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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