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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옥엔 하인 길들이기 위한 교묘한 장치 있다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이상현 지음, 효형출판사 펴냄)

신간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에서 저자 이상현은 건축을 정치ㆍ사회적으로 분석한다.

저자가 책 속에서 설명한 건물 중 일부인 월트디즈니콘서트홀.

경복궁근정전.

베를린필하모닉콘서트홀.

행랑채서 사랑채 양반 올려다보게 지어
'길들이는 자와 길들여지는자' 투쟁 관점서
권력에 봉사해온건축의 이면 파헤쳐


건축을 정치ㆍ사회적으로 해석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인간의 삶에 시시각각 영향을 미치지만 건축만큼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큰 영향을 오래도록 미치는 것도 드물 것이라는 전제하에 집필된 책이다.

그만큼 건축은 우리 일상에 익숙하게 자리해 있다. 그러다 보니 건축은 당연히 사람을 위한 것이고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의 이러한 습관적 사고에 반기를 들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가르치며 도시 공간과 인간의 삶에 주목해온 그는 책에서 "우리가 몰랐던, 또는 외면해왔던 건축의 또 다른 얼굴을 함께 들여다보자"고 역설한다.

그는 "건축은 본래 편파적이고, 또한 오랜 세월 동안 권력과 사회지배 이념의 하녀로서 기능해왔다"며"인류가 뭔가를 짓고 살았을 때부터 건축을 통해 길들이는 자와 길들여지는 자의 은밀한 투쟁이 계속돼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길들임'과 '길들여짐'의 관점에서 조선시대의 양반집과 궁궐에서부터 도성과 현대 도시,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건축의 실체를 제시한다.



1부'건축으로 길들이기'에서는 사회적 이념에 봉사하는 건축을 다룬다. 저자는 개별 건축물에서 도시 공간 그리고 전통 건축에서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건축이 길들이기를 수행하고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와 건축적 기법을 들어 설명한다.

2부'건축으로 길들여지지 않기'에서는 건축이 인간으로 하여금 어떻게 길들이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한 건축이 어떤 방식으로 기존의 사회적 이념에 맞서고, 건축물을 매개로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지 그 과정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한옥을 바라보는 관점도 새롭다. 저자는 "전통 한옥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문지방은 왜 이렇게 높을까, 문은 또 왜 이렇게 낮고, 마당, 토방, 마루, 툇마루 간의 높이에 차이를 둔 이유는 뭘까. 옛날 사람들이 우리보다 유난히 작거나, 유연하거나 혹은 불편에 둔감해서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스스로 답한다. "한옥은 천년이 넘는 시간이 축적된 주택양식"이라고. 한옥의 고안된 불편함은 신분 질서에 순응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교묘한 건축적 장치의 결과라는 얘기다.

조선시대 양반집은 길들이기의 전형으로, 당시 신분 질서를 몸으로 익히도록 만들어졌다. 하인이 거주하는 행랑채 마당에서 양반의 공간인 사랑채를 바라보면 하인의 시선은 사랑채 누마루에 닿게 된다. 자연 지세나 인위적 방법으로 영역 간 높이 차를 구현한 까닭에, 하인이 고개를 들지 않는 이상 하인은 주인의 발 정도만 볼 수 있었다고 보는 저자의 시선이 날카롭고, 기발하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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