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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물러나면 그만인가

요즘 나라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정말 한심스럽고 복장이 터진다. 나라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공무원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를 과연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새로운 한·일 어업협정이 부실·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어촌마다 난리법석인 점이나, 국민연금을 놓고 집집마다 분통을 터뜨린 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많은 시장을 내줘 피해를 봤던 우리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내 일이 아니니까』 하는 태도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 잇속이 걸린 문제는 아귀다툼을 벌이면서도 책임져야 하는 일은 서로 떠넘기는 구태는 여전하다. 스스로 이름붙인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지 2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국정운영방식은 갈수록 혼란스럽다. 연립정부라서 그런 것일까. 과연 국민을 위한, 국민의 편에 서 있는 정부라고 자임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볼 일이다. 어민들이 『굶어죽게 됐다』며 생업을 팽개치고 있는 현실은 우리 행정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뱃사람들은 이제 동지나해에서는 중국해적선에 얻어터지고 동해에서는 일본순시선에 붙들려가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여당은 어민지원특별법을 만든다고 한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그게 실수였든 업무미숙이었든 간에 관리들이 저지른 정책실패를 왜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국민연금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백성들도 많다. 당장 먹고살 일이 까마득한 사람에게 앞으로 10~20년 뒤의 노후보장을 위해 연금을 들라니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환경정책도 뒤죽박죽이다. 환경부가 상수원 오염대책을 내놓던 날 춘천호에 유조차가 빠진 일은 정말 코미디다. 농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등을 친 집단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고 감독관청인 농림부는 검찰과 감사원의 눈치만 보고 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결국 관련부처나 단체장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거나 물러난다고 한다. 그러나 자리를 내놓는다고 해서 헝클어진 사태가 풀릴까. 백성들의 분노를 진정시킬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리만 내놓는다고 책임이 면탈될 일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는 과거 독재정권이나 문민정부와는 달라져야 한다. 사고를 치고 슬그머니 물러나면 면책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정부는 그래서는 안된다. 기업들에 요구하는 혹독한 책임을 정부와 관리들도 져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면 과거의 잘잘못을 따져 더이상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는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는 과거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는데 여느 정부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기업에 그런 요구를 한만큼 정부도 그런 구속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 않은가. 정책의 잘못으로 국민이 피해를 봤다면 정책을 잘못 만든 입안자에 대해서도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자리바꿈으로 끝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김희중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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