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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1월 5일] 승자의 고민

'9대1의 싸움에서 완패했다' 얼마 전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참담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사를 실었다. 삼성전자의 3ㆍ4분기 영업이익이 일본의 대형 9개 전자ㆍ전기 업체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배 이상 이라며 이같이 표현했다. 굳이 일본 매체의 기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삼성ㆍLG 등 국내 전기ㆍ전자 업계가 이룬 실적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삼성은 비전2020을 발표하며 글로벌기업 톱10 진입을 선언했다. LG도 1등을 향한 질주를 계속하겠다는 다짐을 내놓고 실천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전자ㆍ전기 업체들이 계속 순항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넘어야 할 큰 벽이 있다. 한 가전업체 고위 임원은 "승자의 고민이 시작됐다. 해답을 찾지 못하면 그저 그런 미래가 있을 뿐이다"고 토로했다. 반도체와 LCD는 원천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한국이 1위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해외 업체들은 왜 한국의 질주를 지켜만 보고 있을까. 해답은 반도체와 LCD는 남지 않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고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이익이 신통치 않다. 선진 기업들은 돈을 들여 반도체와 LCD를 만들기보다 한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 한다. 그것이 백배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의 한 최고위급 경영진은 "반도체와 LCD 사업을 접을 때 남는 게 뭐냐. 현재 1위지만 시장도 한계가 있고 낡고 오래된 기계만 있을 뿐이다. 그럼 언제까지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걸까"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반도체와 LCD를 통해 승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1등을 질주하는 주역들의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상 지속적인 투자가 답보돼야 한다. 이들 사업을 접을 때 총 투자 대비 이익을 계산한다면 본전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전기ㆍ전자 업계가 1등에 올라선 이면에는 선진 기업들이 손해 보는 장사라며 꺼린 장치산업 분야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투자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현실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기도 쉽지 않고 자금과 시장을 무기로 급성장하는 중국의 부상이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삼성ㆍLG 등이 승자로 기록되고 있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과거의 산물이다.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10년이 중요하다. 승자가 된 지금 삼성과 LG는 또 다른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핵심은 사업구조 개편이다. 반도체와 LCD 등 장치산업을 접거나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할 때가 곧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 언제,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현재 우리 전기ㆍ전가 업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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