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이미 확실시되던 21일 택시업계는 긴급 비상총회를 열었다. 기본적으로 재의 요구에 따른 총파업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반성의 목소리도 기대했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켜 2조원에 달하는 나라재정을 축내는 것에 대한 차가운 국민여론을 한번쯤 되돌아볼 줄 알았다.
정부 재정지원이 택시기사의 처우개선과 무관하게 사업주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한 성찰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바람은 빗나갔다. 그들은 정부 의견과 시민 여론엔 눈과 귀를 닫은 채 날 선 분노의 언어만 쏟아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전 법인택시 조합장은 "국민 동의를 자꾸 얘기하는데 4대강 사업은 국민 동의를 받고 했냐"고 쏘아붙였다.
4대강 사업이 그랬듯 택시법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국회를 통과한 마당에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얘기였다.
"정부가 국회의 결정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무한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말한 이도 있었지만 싸늘한 여론에 아랑곳 않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얘기는 누구도 하지 않았다. "행동으로 담판 짓자" "민중폭동으로 연계하자"등 거친 투쟁의 목소리만 1시간 넘게 반복됐다.
정부가 국회에 재의 요구를 했지만 택시법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22일 "거부권 행사는 국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정부 대안을 검토하겠지만 민주당이 기어코 재의를 해야겠다고 요구하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시법이 통과되면 업계는 핏대 세운 으름장만으로 잃은 것 없이 원하는 것을 고스란히 챙겨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억해야 한다. 업계가 '대중교통 인정'을 소리 높여 요구하는 동안 정작 국민과 대중은 그들의 관심 밖이었음을. 그리고 그토록 바랐던 대중교통 타이틀을 얻을지라도 국민의 차디찬 시선은 여전히 그들 곁을 맴돌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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