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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금리인하 영향은

물가, 경기침체 공포에 희생양 될수도<br>"재정확대·부가세 인하등 맞물려 내년 경기 최대 복병은 인플레"<br>벌써부터 우려 목소리 커져…단계별 유동성 지원


파격적 금리인하가 단행된 27일 한국은행 주변에서는 “이성태 한은 총재가 눈을 감고 현관을 지나다닌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한은 본점 현관에 내걸린 ‘물가안정’ 이란 현판을 이 총재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에 물가가 희생양이 된 위급한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적잖은 한은맨들과 경제학자들은 곳곳에 잠재된 물가불안 요인들이 금리인하의 부메랑으로 한국 경제를 덮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전방위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면서 물가 앙등을 초래하는 요소들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리인하뿐 아니라 적자 국채 등 재정확대 정책, 여기에 물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부가가치세 인하 등까지 맞물리면서 내년 최대의 경기 복병은 경기 침체뿐 아니라 인플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금리 인하. 한은이 이날 전격적으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한꺼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낮추자 일각에서는 ‘한은이 물가관리를 포기한 것이냐’는 극단적 지적이 나왔다. 이성태 총재는 물가불안을 우려하는 지적들을 예상한 듯 “내수가 부진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내려가면 물가압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물가에) 환율 불안 요소는 남아 있지만 길게 보면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음달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음도 시사했다. 정부는 사실상 물가를 차선으로 미뤄놓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물가는 정 안 될 경우 관치를 통해서도 인위적으로 잡을 수 있지만 경기는 그렇지 못하다”며 다급한 심정을 전했다. 기획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눈 앞에 닥친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실물경제로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 라며 “상황에 따라 정책은 선후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내년도 적자예산 편성을 확대해 7조원가량 세출을 늘려 잡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한때 물가대란을 걱정했던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한은 내부와 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지난 7월 5.9%를 기록했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달 연속 상승세가 둔화돼 9월에는 5.1%에 머물렀지만 결코 만만히 볼 수치가 아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하면 2배를 훨씬 넘는 것이다. 특히 큰 폭의 금리인하는 환율을 끌어올리며 원재료나 수입제품의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18.5원 상승하며 1,442.5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1998년 5월18일 이후 10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가 추락하고 있지만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본격화하면 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강압적으로 억제해왔던 각종 생활물가가 유가하락을 틈타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당장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연내 예고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별로 택시요금을 올려주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기업들도 정부 눈치를 보며 묶어뒀던 제품가격을 인상하거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를 비롯해 재정정책과 환율의 방향이 모두 불안 요인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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