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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10월 1일] 비움과 채움… 보름달의 미학

달은 예로부터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조상들은 달을 보면서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이웃과 나누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왔다. 둥근 보름달에는 쳐다보기만 해도 마음을 채워주는 넉넉함이 있다. 달에는 채움과 비움의 미학이 공존한다. 보름마다 비워지고 채워지는 달은 우주와 자연의 오묘한 원리를 담고 있다. 밝음과 어둠이 하나로 존재하는 것처럼 비움과 채움도 함께 움직인다. 비워진 곳이 점ㆍ선ㆍ면으로 채워지면서 다른 여백(또 다른 공간) 또한 존재하게 되는 예술의 창작과정처럼 비움이 있어서 채움이 의미가 있고 아름답다. 예술 분야에서도 대가들은 많이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공간을 비워내는 것이 더 큰 기술이라고 말한다. 빈 공간을 그대로 둘 수 있는 대범함이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본질을 전달하는 작가의 내공이자 힘이라는 것이다. 없다는 것. 무(無)는 더할 것 없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흰 캔버스나 다듬어지지 않은 돌은 어떤 작품으로도 탄생할 수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 되고 어떤 것도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순수함이 가지는 힘이다. 순수하다는 것, 맑다는 것은 어떤 것도 담을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지난 2007년의 미술품 가격 상승 이후 올해까지 미술시장에서는 경제침체와 맞물려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경기회복세를 타고 미술시장의 장밋빛 전망이 들리기도 한다. 보름달의 미학처럼 거품을 깨끗이 걷어내고 때를 묵묵히 기다려야만 적절한 가격형성으로 건전한 미술시장이 자리 잡을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마음이 헛헛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에 신종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복지시설에는 지원의 손길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름달도 무에서 점차 채워졌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현재의 상황이 어떻든 이번 추석에는 더 크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삶은 머릿속에 점ㆍ선ㆍ면을 그리고 구획을 만들면서 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하는지 모른다. 힘들었던 것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새로운 작품으로 채워내는 행복한 기대로 풍성히 나누는 추석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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