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논의가 아주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보편적 복지'든 '중부담 중복지'든 재원 마련을 위해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다. 원유철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이를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비과세·감면 축소는 증세가 아니다'라는 말장난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문제는 지금이 증세를 거론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인공호흡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것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월보다 5만명이나 줄었고 청년실업률은 10.2%로 뛰어올라 6월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7개월째 0%대를 이어가고 있고 성장률도 정부는 어떻게든 3%를 사수하겠다지만 한국은행과 민간연구소는 2%대 추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추경을 제때 집행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잖아도 이번 국회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국회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이후 벌어진 '유승민 정국'으로 여야 관계가 냉각된데다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이라는 돌발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정국이 안갯속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증세 논란까지 가세한다면 추경은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추경은 타이밍이라 했다.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한 골든타임을 이대로 흘려보내면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