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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복지사회 걸맞은 의식 갖춰야


무상보육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휴업 투쟁을 벌이고 보육교사들이 한바탕 불만을 토로하더니 이번엔 지방자치단체까지 들고 일어섰다. 한정된 예산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여야 하는 이들은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막상 무상보육의 수혜자인 부모들을 보면 '너무 속이 편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는 파산을 운운할 정도로 애가 타는데 한편에서는 눈먼 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일명 '빕스 대란'에 일어났던 일을 보자.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가 개장 15주년을 맞아 평소 1만8,000원하던 샐러드바 이용을 오후5시까지 이용 고객에게 1만원으로 할인 제공한 덕에 수백만의 인파가 몰렸다. 같은 날 대다수의 어린이집에는 평소보다 아동들의 결석이 많은 기묘한 현상이 나타났다.

주부인 A씨는 "많은 엄마들이 어린이집은 그냥 결석시키고 아이를 데리고 오더라. 오전에 아이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올 수 있을 정도면 굳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집안일을 하거나 하루 1~2시간의 볼일을 보기 위해 종일반에 등록하는 주부들도 많다. "하루에 1~2시간 정도만 아이돌보미를 쓰는 건 어떠냐"고 물으면 "대기자가 많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라고 말을 흐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 어린이집 이용자가 급증해 시설이 좁지나 않을까 하던 걱정도 기우에 불과했다. 주부 B씨는 "개학 초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걱정했는데 4~5일쯤 지나자 출석자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 달에 11일만 출석하면 국가에서 보육료는 고스란히 지급하므로 어린이집도 아이들의 결석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국가의 보육료 지원은 최근 두드러지는 출산율 저하를 막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는 의미 있는 정책이다. 다만 한정된 예산을 보육에 사용함으로써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또 다른 약자들이 있다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주어진 기회를 불필요한 낭비 없이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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