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 각국이 양적 완화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양적 완화정책과 우리의 경제력 향상이 서로 맞물려 원화 가격이 달러당 1,000원대로 떨어졌다. 예산국회에서도 수출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방산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방위사업청도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난 셈이다.
무기거래는 통상 5~10년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서 이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환율 변동은 자체적으로 흡수된다. 그렇지만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 방산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무디스는 이번 침체가 오는 2017년까지 갈 것으로 전망하고 세계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도 201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적 완화조치로 풀려난 자금들이 투자나 소비로 이어진다면 버블이든 아니든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겠지만 투기자금화해 다른 나라 시장으로 빠져나간다면 기대한 대로의 회복은 어렵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자산가치 하락과 부채증가에 있다. 리먼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의 하락 여파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원인은 다르지만 하우스 푸어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적 완화를 통해 돈을 풀더라도 부채상환에 우선 쓰게 된다. 자산가치 하락에 맞게 부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풀려난 돈이 소비를 촉진하고 투자를 견인해야 경제회복이 빨리 이뤄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를 통해 대차대조표는 깨끗해지겠지만 경기회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국이 양적 완화를 하는 이유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그렇지만 실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나라가 통화가치만 떨어뜨린다고 해서 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경기침체에는 재정정책의 효용성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반짝 회복과 교착국면이 반복된다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만 키울 소지가 있다. 침체원인이 다른 우리로서는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양적 완화정책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경쟁력 이완이나 도덕적 해이, 빈부격차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 원칙 없는 지원은 무임승차만 불러올 뿐이다. 실물경쟁력을 살리면서 신규수요도 창출하게 하는 재정ㆍ통화ㆍ금융정책의 적절한 혼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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