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핵심 인사 공천 줄탈락…박근혜의 선택은 초강수 "탈당" 내밀 가능성 낮아총선 한달도 안남아 신당 만들 시간 없고"차떼기 주역" 비판해온 昌과 제휴도 부담공천결과 수용…정치적 명분쌓기 나설듯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홍재원기자 jwhong@sed.co.kr '13일 밤의 대학살'이 지나간 다음날.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삼성동 자택은 그의 착잡한 속내를 보여주듯 조용했다. 외부 노출을 피한 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일부 측근들과 비밀 회동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는 끊어 오르는 분노를 삭힐 수 없었을까. 워낙 입이 무겁고 신중한 편이지만 14일만큼은 측근인 이정현 공보특보를 통해 속내를 드러냈다. "사적 감정을 가지고 한 표적 공천이다"는 표현은 그의 평소 성향을 감안할 때 '격분'이란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수위가 높은 것이었다. 지난 12일 "뒤통수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신뢰는 깨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당과 청와대에 경고메시지를 보낸 지 이틀 만이었다. 계파 숙청의 위기로 몰린 박 전 대표. 그는 지금 계파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희생되면서 막다른 선택의 길로 몰리고 있다. 13일 공천에선 자신의 팔ㆍ다리는 물론 머리와 입 역할을 해온 김무성ㆍ김재원ㆍ김기춘ㆍ김태환ㆍ박종근ㆍ엄호성ㆍ유기준 의원 등이 동시에 낙천됐다. 청와대와 친이(親李ㆍ이 대통령)계가 박 전 대표에 대해 본격적으로 '토끼몰이'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만큼 탈당의 극약 처방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침 계파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이날 탈당ㆍ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유기준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자신에게 "살아서 돌아와 달라"고 말했다며 다음주 초 탈당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까지 극단의 카드를 꺼낼까. 아직까지는 그가 탈당의 초강수를 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총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당을 만들어 다시 출마후보를 뽑아 선거전에 돌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친박계가 모두 박 전 대표를 따라줄지도 불투명하다. 더욱이 탈당 후 자유선진당과 손을 잡는 것도 여의치 않다. 선진당은 영남ㆍ충남ㆍ대전ㆍ수도권에서 대구 중ㆍ남구를 비롯한 15곳의 총선후보를 확정했고 17~18일께 추가 공천자 발표를 예고하는 등 '개문발차'했다. 선진당은 또 박 전 대표 자신이 '차떼기 주역'으로 비판해온 이회창 총재가 자리잡고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영남 공천에서 수모를 겪기는 했지만 당 내에서 얻을 '케이크'는 남아 있다"고 귀띔했다. 영남 쇄신과 맞물려 (서울) 강남권과 같은 수도권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하면서 친박계에 대한 당의 배려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자산은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한나라당을 지킨 정치인'이라는 것인데 탈당을 하면 이 모두를 잃는다"며 "공천 결과를 대범하게 받아들이면서 동정 여론과 정치적 명분을 쌓고 절치부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유 의원 등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한 것도 이런 정치적 상황과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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