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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싸게 더 싸게"… 결국엔 우리를 멍들게 한다

■ 가격 파괴의 저주 (고든 레어드 지음, 민음사 펴냄)<br>제품 생산비용 상승 억누르려다<br>환경훼손·실업자양산 등 부추겨<br>공공 무역 책임성 등 제시 눈길



2008년 11월28일.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 첫 금요일인 블랙 프라이데이의 새벽, 월마트의 전단지를 손에 든 사람들이 뉴욕 롱아일랜드의 그린에이커스몰에 '순례자'처럼 줄지어 모여들었다. 이들은 9달러짜리 DVD와 5달러짜리 인형, 25달러짜리 전자레인지, 598달러로 파격 할인된 42인치 LCD텔레비전 때문에 차가운 밤공기를 견디며 이곳에 자리잡았다. 새벽 5시 쇼핑몰의 문이 열리자 2,000명의 군중은 안전요원과 도어맨을 압도해 버렸다. 문짝은 부서지고 유리는 산산조각 났으며 몸싸움에 밀린 사람들은 바닥에 깔려 밟히기 시작했다. 결국 덩치 큰 안전요원을 포함한 두 사람이 숨졌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바야흐로 할인의 시대다. 천원숍과 최저가 인터넷 쇼핑몰, 대형마트에 이어 반값 할인을 내세운 소셜커머스와 '통큰OO' '착한 XX' 등 가격파괴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됐지만 이게 좋기만 한 일일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같은 가격 파괴의 이면에 숨어있는 '높은 비용'을 파헤쳤다. 값싼 물건은 최적화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다. 턱없이 낮은 물건 가격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구한 값싼 해외 노동력과 저렴한 에너지, 값싼 운송 시스템에 의해 유지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요인들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중국의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공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비용상승을 억지로 누르려다 보니 멜라민 분유와 유독성 치약, 유해 장난감 리콜 사태 등이 터졌다. 저렴한 에너지를 쓰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만 비용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석유 생산을 위해 천연가스와 물ㆍ공기 등의 다른 자원이 들다 보니 결과적으로 석유는 더 비싸지고 환경 훼손은 심각해진다. 운송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운송 부분은 기술변화가 거의 없었던 데다 대기오염과 혼잡, 검역체계와 공공보건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기업의 해외 아웃소싱은 자국의 실업자 양산을 부추기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처럼 '가격 파괴'는 지속될 수 없는 기반에서 시작됐기에 위험하다. 게다가 생산보다 소비에 의존하는 '소비경제'가 문제를 양산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값싼 물건'에 미혹된 소비자들은 저축은 않고 돈을 더 쓰고 빚을 쌓기 시작했다. '성장 없는 소비경제'로 치닫기 시작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세계 경제와 공급망의 올바른 회복을 위해 정책 분야에 대한 제언을 내놓는다. 대체 에너지 개발에 대한 보조금 혜택과 탄소세 징수, 무역의 공공 책임성을 인식한 정책 시행 등의 사례를 제시한다. 소비재 가격은 내려가는데 반해 교육과 건강비용, 주택가격은 더 올라가는 역설적 상황도 해소해야 하고 안정적인 소득 확보도 필요하다. 값싼 물건이라 여겨지지만 그 뒤에 숨은 진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야 말로 "생산과 소비의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길"이라는 게 저자의 외침이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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