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26일 22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 순매수 타이기록을 세웠다. 외국인자금 유입이 지속됨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은 1,070원대에 진입해 8개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에 따른 수혜업종으로 음식료ㆍ은행 등 내수업종을 꼽았고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업종은 원화 강세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0.46%(9.26포인트) 오른 2,007.32포인트로 장을 마치며 전날 무너졌던 2,000선을 하루 만에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하락세로 출발했으며 오전에는 2,000선에서 등락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후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2,000선을 넘어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지난달 23일부터 22거래일 동안 무려 8조7,910억원을 사들였다. 하루 평균 4,000억원가량을 꾸준히 순매수한 셈이다. 이날 외국인은 1,748억원어치를 매수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158억원, 611억원을 순매도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1원50전 내린 1,075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지되는데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주식 현물시장에서 한 달 가까이 순매수세를 보이는데다 선물시장에서도 기조적으로 매수세를 보이고 있어 원ㆍ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면서 "다음달 17일까지 미국 예산안 승인과 부채한도 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저하됨에 따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20여일간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들의 변동성은 크지 않은데다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이 급작스럽게 1,070원 밑으로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호재로 작용하는 업종과 악재로 작용하는 업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직접적인 환율 수혜를 받는 업종으로는 음식료업종이 꼽혔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음식료업종의 경우 곡물을 수입하는 데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가격이 하락한다"면서 "환율이 1,070선 밑으로 더 떨어지지 않더라도 이 정도 환율 수준이라면 외국인들도 음식료업종을 포함한 은행업종 등 내수업종을 지속적으로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음식료업종의 주가를 보면 한 달 동안 10.98% 떨어졌지만 최근 1주일 동안 환율 효과로 0.11% 올라 반등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음식료업종 중 개별종목별로는 CJ제일제당ㆍ농심ㆍ롯데칠성ㆍ롯데푸드 등의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IT와 자동차 업종 등 수출주에는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금처럼 환율이 떨어진다면 수출주의 경우 1분기 내지 2분기 뒤에 기업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환율이 이렇게 떨어져도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환율의 추이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자동차와 IT 업종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영향을 미칠지 더 지켜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와 시장환경이 달라져 환율이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김영기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3ㆍ4분기부터 IT와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는 실적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환율보다는 밸류에이션 부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음식료업종 등 내수주도 일부는 수출비중이 상당한 업체도 있는데다 환 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아 과거에 비해 환율에 대한 영향은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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