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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지연… 4년간 묶인 재산권
입력2011-05-25 17:32:42
수정
2011.05.25 17:32:42
2007년 8월 이후 아파트 사도 입주권 못받아<br>거래 끊기고 집수리도 못해 주택 노후화 심각
"거래요? 지난 2007년 8월30일 이후 사실상 전무합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4년 가까이 사실상 거래 제한에 묶이면서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독주택들마다 빠른 속도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대교 쪽에서 철로를 가로 지르는 고가도로를 넘어 서부 이촌동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개발 반대 현수막이다. 여기에서 원효대교까지가 용산국제업무지구다. 이곳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림아파트 벽면에는 "재벌기업 배 불리는 통합개발 반대한다"는 페인트 글씨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집집마다 창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내걸려 다 해어진 통합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근 부동산들은 문을 열어놓기는 했지만 사실상 휴업 상태다. 서울시가 2007년 8월30일을 이주대책기준일로 정해 이후에는 아파트를 사도 입주권이나 이사비용 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부 이촌동 새마을부동산의 정우수 대표는 "거래가 없으니 부동산들은 임대료도 못 번다"며 "나중에 상가 입주권이라도 받으려면 사무실을 뺄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베스트공인 임현택 대표 역시 "매매가 어려우니 경매물건만 쏟아지고 있다"며 "매매는 둘째치고 도배나 배관 공사도 하지 못해 갈수록 주거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이 수년째 지체되면서 주민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개발을 반대하는 대림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주민 사이에 폭행과 협박이 자주 일어나 사무실 칠판에 관할 경찰서 전화번호까지 적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 역시 불만이 쌓여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개발 찬성 측인 동의자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들은 묵묵히 사업 시행을 기다리는 상태"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개발이 언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 모르는 시점에서 매매는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렸던 용산국제업구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이곳 주민들의 불만과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며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투자자로 중추적 역할을 맡았던 삼성물산이 보유 지분 전량을 롯데관광개발에 넘기며 발을 뺀 후 지급보증을 해줄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사업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는 외자 유치로 사실상 방향을 돌렸다. 당장 오는 30일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전략본부장이 중국 상하이로 투자 설명회를 겸한 출장을 떠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올 들어 싱가포르ㆍ홍콩ㆍ상하이 등에 있는 대형 부동산펀드 운영사들을 꾸준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며 "외국계 자금은 의사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올해 말까지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꽉 막힌 자금조달 사정이 나아지고 사업이 진척될 때까지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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