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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실크로드 개척자들] 1. 배동원 대우인터내셔널 중국 우한지사장
입력2003-08-10 00:00:00
수정
2003.08.10 00:00:00
한동수 기자
한국의 2003년 성하(盛夏)는 노조의 경영권 참여, 주5일 근무제 도입 등을 놓고 노ㆍ사간 갈등의 골만 깊어진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또 대통령선거 비용 등 각종 정치자금을 둘러싸고 지도층 인사들이 진흙탕 싸움을 펼쳤던 날들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간 열사의 중동이나 중국의 오지에서 언어장벽과 문화 격차를 뚫고 묵묵히 `코리아 브랜드`를 일구는 사람들의 땀냄새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43주년을 맞아 몸 하나로 `새 시대의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1인 무역전사`들의 외롭고도 힘겨운 이방에서의 하루를 남기기로 했다. 이들의 땀과 노력을 오롯이 살펴 `갈등과 반목의 시대`를 마감하고 `화합과 동참의 시대`를 열어가는 조그만 계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상 30도. 낮 최고기온 37~40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3시간 남짓 떨어져 있는 중국 우한(武漢)의 여름은 국내에서 경험해온 무더위와 비교가 되질 않는다.
배동원 대우인터내셔널 우한지사장은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빠졌다. 현지거래선 확보와 시장정보 수집 정도의 기본업무는 물론 최근엔 이곳에 관심을 보이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것까지 주요 업무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ㆍ기아차가 중국에 진출한 후부터는 관공서를 들락거리고, 공사 현장을 찾아다니는 등 차부품업체들이 현지화하는 작업을 도와주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사실 엄살이다.
배 지사장은 작년말부터 지난 3월까지 석달 넘게 술독에 빠져 살아야 했다.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다보니 낮에는 본연의 정상업무를 처리하느라 쉴 짬이 없고 밤에는 현지 수입업자를 만나 `콴시(關係)`를 만들어야 했다.
“이곳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달리 함께 술을 마셔야 친구로 인정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일과가 끝나면 거의 매일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셨습니다. 이렇게 석달이 지나니까 몸이 만신창이 되더군요.”배 지사장은 결국 병원으로부터 만성위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현지거래선과 콴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병원을 찾아간 다음날 그 친구(수입업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앞으로 형제처럼 일을 함께 해보자는 전화였지요.”이렇게 해서 일궈낸 성과가 지난 3월 철강재 1,800만달러 주문이었다. 무려 석달이 넘는 협상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우한은 외국인학교가 없다. 그 흔한 한국식품도 찾기 힘들다. 입맛이야 현지생활에 맞춰서 해결하지만 자녀교육은 포기할 수 없는 문제. 첫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년엔 부인과 두 딸을 상하이로 보낼 계획이다.
타국에서조차 기러기 아빠신세가 될 배 지사장은 하지만 “한국제품을 찾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뿌듯하다”며 “중국에서 가장 인정받는 제품은 반드시 메이드인 코리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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