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정부 재정지출의 갑작스런 축소나 중단에 따른 경제충격) 협상마감 시한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버리자 이번 크리스마스가 내년 리세션을 예고하는 '클리프마스(Cliff-mas)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존 베이너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은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에만 소득세를 늘리는 내용의 '플랜 B'를 백악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처리를 강행하려다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발로 연기했고 이 과정에서 내분은 더 격화됐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이 고향인 하와이로 휴가를 가버리고 의회도 26일까지 휴회를 선언하면서 협상이 올스톱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전 "일단 협상규모를 줄여서라도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 협상을 타결시키자"고 의회에 제안했지만 사분오열된 공화당이 의회 복귀 이후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플랜 B 폐기로 베이너 의장과 공화당 수뇌부가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것이 협상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이너 의장은 예산싸움 과정에서 '정치적 절벽'에 섰다"며 "지도자로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전 협상타결을 기대하던 월가는 커다란 실망감에 빠졌다. 로이터통신은 "정치인들 때문에 월가가 지옥 같은 일주일을 보낼지도 모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CNBC도 "시장은 지금 절벽 바로 앞에서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있다"며 "워싱턴이 이른 시일 내 의미 있는 협상 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시장이 제일 먼저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워싱턴발 불안감은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에 이어 연말 쇼핑 특수를 기대했던 소매업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굵직한 쇼핑 대목이 줄을 잇는 4ㆍ4분기는 미국 소매업계 연매출의 30%, 순수익의 50%를 차지한다. CNBC는 "의회가 재정절벽에 대한 결정을 연기할수록 일반인들은 더 큰 불확실성에 휩싸인다"며 "결국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말 소비계획을 포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협상불발에 따른 내년 소득감소를 우려해 연말 쇼핑 계획을 접었다는 설명이다.
미국인들의 불안감은 소비 관련 경제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미시간대가 최근 내놓은 12월 소비심리평가지수는 전월 82.7에서 72.9로 급락했다. 전미소매업협회(NRF)는 "재정절벽 협상이 타결된다면 내년 소매판매가 2.0~2.5% 증가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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