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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외국인 투자 늘었지만 ISD·쇠고기 추가개방 압력 과제로

■ 한미 FTA 1년<br>자동차 부품 등 수출 증가 중국서 U턴 기업 잇달아 와인·오렌지 가격도 하락<br>중소기업으로 혜택 늘리고 피해업종 보상 넘어야 할 산

대형마트의 와인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미국산 와인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가격이 낮아진 미국산 와인의 수입 비중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DB


#자동차 시트용 실을 감는 기계인 특수 정경기를 생산하는 '동신기계'는 지난해 매출이 180% 급성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 시장에서 신규 거래선을 확보해 수출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한미 FTA로 시작된 관세 인하(3.7%) 혜택은 거대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회사 박종민(45) 부장은 "FTA로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수출이 크게 늘었다"며 "기술력도 독보적이기 때문에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도 미국 시장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주얼리 업체 A사는 최근 국내로 유턴해 전북 익산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중국에도 일부 생산기지를 남겨놨지만 앞으로 고가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 등지로 수출할 계획이다. 주얼리 제품의 경우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면 관세가 9~11%가량 붙지만 우리나라는 한미 FTA 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이 회사 K회장은 "인건비는 여전히 한국이 중국보다 3배가량 비싸지만 노동생산성과 관세 혜택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진통 끝에 출범한 한미(KORUS) FTA가 15일 첫돌을 맞는다. 세계 1위의 거대 경제권인 미국과의 FTA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불과 1년 만에 효과를 재단하는 것은 너무 이르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는 것이 정부측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절반의 성공'은 거뒀지만 한미 FTA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극심한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대미 수출이 늘었고 FTA 허브가 된 한국에 외국인투자가 늘어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반면 복잡한 유통구조는 관세 인하효과를 갉아먹었고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FTA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소고기 추가 개방 문제도 두고두고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한미 FTA 1주년과 관련, 정확한 대(對)미 무역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관세청의 2월 수출입통계 확정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FTA 혜택 품목 등의 수출ㆍ수입 추이는 현재로서는 지난해 12월까지만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미 FTA 발효 이후 약 9개월 동안 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데 반해 대미 수출은 1.2% 증가했다. 자동차부품ㆍ석유제품ㆍ고무제품 등 FTA 혜택 품목군의 수출이 8.1% 증가한 반면 무선통신기기ㆍ반도체 등 FTA 비혜택 품목군의 수출은 2.8% 감소했다.

수입 시장에서는 FTA 혜택 품목의 수입은 2.2% 증가했지만 비혜택 품목은 16.7%나 감소해 전체 대미 수입이 8.1% 감소했다. FTA에 따라 관세가 낮아진 오렌지ㆍ호두ㆍ아몬드 등 식료품을 중심으로 수입이 증가했다. 이들 품목의 경우 처음에는 관세 인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정부의 FTA 가격 효과 점검 정책 등에 따라 지난해 중순 이후 가격이 많이 내렸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산 인기 와인인 '아포틱레드'의 경우 FTA 전에는 3만5,000원에 팔렸지만 지금은 1만7,500원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외국인 투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고금액 기준 162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137억달러)보다 18.9% 증가했다. 도착 기준으로도 103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7.8%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전북 익산으로 유턴한 주얼리 업체들의 사례처럼 FTA는 한국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리 중소기업들에 미국 수출의 벽은 여전히 높고 FTA 혜택을 받는 절차는 까다롭기만 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세관에 12개 정도의 서류를 내야 하는데 생산 공정 사진부터 영문 번역까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업체들은 서류 작성이 너무 어려워 퇴짜를 많이 받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영문 양식이라도 만들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논란이 뜨거운 ISD 재협의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문제도 새 정부에 남겨진 숙제다. 미국의 본격적인 원산지 사후검증 조사에도 대비해야 한다. 대미 무역 흑자가 커지면서 미국 내에서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등 한국에 통상 압력이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술력은 있지만 시스템이 없는 중소기업들을 도와주는 문제, 수입이 늘어 피해를 입는 업종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이 아직 정교하게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한미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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