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옛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7억7,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뇌물)로 정 전 총장을 17일 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의 장남 정모(36) 전 요트앤컴퍼니 대표와 그의 동업자인 전 해군대령 유모(59)씨, STX조선해양의 사외이사였던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 등 공범 3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정 전 총장은 지난 2008년 8월 해군 국제관함식을 열면서 장남이 대표로 있는 요트앤컴퍼니를 부대행사의 주관사로 끼워넣었다. 그 후 STX 측에 요트앤컴퍼니에 대한 후원금 명목으로 10억원을 요구했다. STX가 단발성 행사에 억대의 후원금을 지급한 전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후원금 지급을 미적대자 정 전 총장의 장남은 액수를 7억7,000만원으로 낮추는 한편 "국제관함식에서 대통령이 탑승하는 군함에 강덕수 회장을 동승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정 전 총장은 STX 사외이사였던 윤 전 사령관을 통해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사업을 할 생각이 있느냐"며 강 당시 회장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독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 참모총장으로서 해군이 거래하는 방산업체 선정과 방산물자 납품업체 선정, 성능평가 등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지위에 있다는 점을 노려 뇌물을 강요한 것이다.
강 회장은 돈을 주지 않으면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결국 요트앤컴퍼니에 7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STX 측은 뇌물의 대가를 받았다. 강 회장은 2008년 국제관함식에서 방산업체 관계자로는 유일하게 대통령이 탑승한 군함에 동승했고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은 차기 호위함 4~6번함과 호위함에 들어가는 디젤엔진 등의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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