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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대형차 시장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형 세단 싸움에 불을 당긴 건 최근 출시된 기아자동차 2014년형 'K9'이다. 저조한 판매량에 허덕이던 K9은 최근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서서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K9에 대한 자동차 소비자들의 호응이 부족해 차급이 본격적인 대형차로 구분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현대차 '제네시스'를 포함시켜 대형 세단 경쟁 구도를 비교·분석해야 했다. 하지만 K9의 부활 조짐으로 현대차의 '에쿠스', 쌍용차의 '체어맨W'와 함께 확실한 국산 대형차 3파전이 형성된 모습이다. 각 차종에서 배기량이 가장 작은 모델(엔트리 모델)을 중심으로 이들 세 차종의 고유한 매력과 장단점을 알아봤다.
우선 K9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3.3모델의 경우 가장 저렴한 프레스티지는 5,166만원에서 4,990만원으로 176만원 인하됐다. 5,000만원보다 불과 10만원 아래지만 어디까지나 기아차는 '4,000만원대' 임을 주장하고 있다. 대형 세단임에도 4,000만원대 가격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K9의 판매량은 하반기 이후 300~400대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더니 12월에는 222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최근 4,000만원대 모델을 신규 출시하는 등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은 뒤 반응이 달라졌다. 1월 9일부터 24일까지 단 보름 만에 450대가 넘는 계약이 성사됐다는 게 기아차 측 설명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 방식인 가격 인하가 소비자들의 뒤돌아선 발걸음을 확실히 끌어당긴 것"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판매량 증가세를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차 시장에서 K9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은 젊은 역동성이다. 다소 각이 지고 투박한 느낌이 강한 일반 대형 세단에 비해 K9은 K시리즈 특유의 날렵하면서도 안정적인 세련미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연비 역시 9.4~9.6㎞/ℓ로 경쟁 차종들(8.1~8.9㎞/ℓ)을 앞선다.
감각적인 느낌을 살린 K9이 '40대 전문직 종사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차라면 현대차의 에쿠스는 50대 이상 장년층 가운데서도 '성공한 기업가'가 타고 다닐 법한 차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아빠 차'라기 보다는 '할아버지 차'에 더 어울린다고 하겠다.
그러나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의 명품 세단답게 공간 활용성 역시 가장 뛰어나다. 폭과 높이는 K9·체어맨W와 비슷하지만 길이의 경우 5,160㎜로 K9보다는 70㎜, 체어맨W보다는 25㎜ 길다. 판매량 역시 지난해 1만2,733대에 달하는 등 국산 대형차 시장에서 확실한 강자로 장기간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3.8의 비싼 트림이 1억503만원에 달하는 등 다른 대형 세단에 비해 가격도 압도적으로 높다.
쌍용차 체어맨W은 대형 세단 가운데 장마철과 겨울철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다. 국산 승용차 시장 전체를 통틀어 살펴봐도 지난해 출시된 제네시스 외에는 체어맨W가 유일하다. 이밖에 체어맨W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이 이식된 차라는 점에서 고정팬이 많은 편이다. 실제로 체어맨을 타는 중소기업 사장과 회장들은 다른 차가 나와도 계속 체어맨만 산다는 속설도 있다.
다만 힘과 연비는 K9에 밀리지만 가격은 더 비싸다는 점, 연간 판매량이 1,800여대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숙제다. 체어맨은 쌍용차의 운명에 대단히 중요한 차다. 체어맨이 잘 팔려야 쌍용차가 빠르게 회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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