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내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진입을 위한 대안으로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MVNO는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고 기존 통신사의 망을 이용해 독립적인 브랜드와 요금체계를 가지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그러나 현재도 이와 비슷하게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 간 계약으로 이동통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망 이용대가 산정을 위한 도매가 규제가 없다 보니 별정통신사업자는 망을 임대해주는 기간통신사업자의 대리점 역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별도의 브랜드도 없고 가격적인 혜택도 없는 별정통신사업자들의 서비스는 주로 무료로 핸드폰 기기를 제공해주며 이용자를 모으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경우 의무 가입기간이 대략 30개월이나 된다. 경우에 따라 기존 통신사 요금보다 이용료가 비싸게 책정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실은 현재의 별정통신사업자로는 새로운 경쟁구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때문에 MVNO 사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법안에는 현재의 별정통신사업자들이 한계로 느끼는 도매가 산정에 대한 정부 규제가 보장돼 있지 않다. 현재의 법안대로 통과되면 MVNO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사업자들은 실효성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 대체입법을 준비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도 권익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허송해야 할 것이 자명하다. '서비스기반' 경쟁 유도해야
지난 1999년 MVNO 도입과 함께 망 임대비용을 규제하고 나선 영국의 경우 제도 시행 5년 만에 이동통신요금을 45% 인하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는 MVNO 도입으로 요금이 인하되고 가입자도 늘어 사업자 전체 매출이 늘어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올렸다. 덴마크의 텔모어(TELMORE)사는 2000년 MVNO로 당시 시장 최저요금보다 40%나 할인된 파격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이후 사업자 간 가격인하 경쟁을 촉발시키는 등 긍정적인 해외 사례가 다수 보고돼 있다. 유럽 국가들은 2000년대 초부터 MVNO제도를 도입해 이동통신시장의 경쟁구도가 ‘설비 기반’이 아닌 ‘서비스 기반’ 경쟁으로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처럼 이동통신시장에서의 경쟁 활성화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TVㆍ초고속인터넷ㆍ인터넷전화(VoIP)를 하나로 묶은 ‘3종 결합상품(TPS)’시장을 지나 이동통신 서비스까지 묶은 ‘4종 결합상품(QPS)’시장, 즉 유무선 통합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묶음 상품 판매는 가입자들에게 사용료 절감 혜택을 주지만 서비스 제공사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록인(Lock-in)효과’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 신규 서비스 사업자의 활동기회가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실효성 있는 MNVO 제도를 도입,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가에 기반을 둔 재판매 망 이용대가 산정의 명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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