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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정치권 이념 지도 바뀔까

이념 논쟁 확대 크지 않을 듯

여, 국면전환용 색깔론 꺼내들 수도

야, 중도·진보세력 대결집으로 정국 주도권 확보 노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이념 갈등의 불씨가 될 수는 있지만 정치권의 양당 구조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권은 민생 안정,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고, 야권 역시 통진당과 선긋기에 나서며 이념 대결에서는 한발 물러서겠다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이념 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꺼리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각각의 지지세력을 결집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은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헌재의 결정과 국민의 여론은 더 이상의 이념논쟁과 정쟁을 종식하고 경제살리기와 민생에 매진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우리 사회에 극단적인 이념 투쟁을 벌이는 정치세력은 더이상 헌법 질서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라며 “야당도 이념적 잣대로만 정치적 상황에 대처하지 말고 경제를 살피는 민생 정치, 국민의 삶을 보듬는 현실 정치에 눈을 뜨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당이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비선실세’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면전환을 위해 색깔론을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북 프레임’ 공세를 강화해 보수층의 대결집을 도모하고, 한편으로는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범진보진영에 대한 압박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위기에 몰린 집권 여당으로서는 이번 결정을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에서 헌재결정이 나오자마자 새정치연합을 겨냥하듯 “종북수주 노릇을 하는 정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일정 부분의 이념 공세도 예상된다.정치권뿐만 아니라 사법권력이 공안정국을 강화할 경우 사회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자칫 잘못할 경우 대한민국이 우파만 존재하는 반쪽짜리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할 위험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헌재의 판결 이후 야권은 정부와 여당이 이를 이념논쟁화 하며 정치적 카드로 삼는 것을 차단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통진당 해산 사태를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려는 정부ㆍ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며 “새정치연합이 요구하는 운영위 소집을 통한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은 뒤로한 채 진부한 ‘민주당-진보당’ 연대 책임론을 거론하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통진당과 일부 지역에서 야권 연대를 통해 원내 입성을 도왔지만 이제는 이념문제가 불거지지 않게 확실하게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야권 내에 남아있는 종북 프레임을 과감히 깨고 중도ㆍ진보세력의 힘을 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당장 내년 2월8일 전당대회 이후 내년 4월 보궐선거를 비롯해 2016년 20대 총선, 궁극적으로는 2017년 대선에 야권의 승리를 위해 진보당을 비롯한 야권 세력의 결집을 도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야권에게는 통진당의 정당 해산이 크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보쪽에도 전혀 영향이 없다. 얼마 전에도 노동당 등 진보 정당들이 권력 재편을 시도했지만 당시에도 통진당은 빼놓고 하려고 했다”며 야권이 힘을 모으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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