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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국이 도덕 국가로 거듭나려면

■왜 다시 계몽이 필요한가(쉬지린 지음, 글항아리 펴냄)


중국의 개혁ㆍ개방이후 새로운 세계를 지향했던 중국의 지식인들은 그간 계몽을 기치로 신지식ㆍ신사상을 찾아왔다.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들이 1960년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것과 유사한 역할론이다.

1980년대 계몽의 대표주자였던 진관타오(金觀濤)가 몇년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계몽은 아직 완수되지 않은 과제라고 역설한 것도 그런 흐름과 맥락을 같이한다. ‘계몽과 지식인’은 개혁ㆍ개방이후 중국 지식계에서 중심적인 화두가 돼 왔던 것이다. 그리고 계몽과 지식인의 역할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20세기 중국사상사와 지식인 문제에 관한 권위자로 통하는 상하이 화둥사범대 역사학과 교수가 계몽, 지식인, 공공성 그리고 문명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꼼꼼하게 조망했다. 저자의 고민은 “어떻게 계몽을 성찰하면서 계몽을 지켜내고 계몽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계몽적 지식인이 피할 수 없는 문제다”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저자는 최근 급부상한 중국의 세계적 위상이 19세기 중반부터 존재해왔던 부유한 강대국의 실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이 현재 세계구도 속에서 문명적·담론적 경쟁력이 있는 도덕적 대국이 될 자질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지식인의 중요성을 역설하다.

저자가 21세기 중국에 필요한 지식인의 상(像)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전에 중요하게 밝힌 문제의식은 ‘문명적 자각’이다. 그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국은 21세기 초에 와서 다시 부상했다. 그러나 부상한 것은 부강일 뿐 문명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문명은 근본을 치유할 수 있지만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는 없었다. 부강은 증상만을 치료할 수 있지만 나라의 운명을 구원할 수는 없었다. 둘을 저울질 해보니 그래도 부강이 더 중요했다. 중국에서 가장 긴박한 문제는 낙후해서 당하고 있는 국면을 전화시켜서 부국강병을 신속하게 이루고 국민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문명이라는 목표는 발걸음을 늦춰야 했다.”

저자는 특히 ‘제도적 자각’에서 더 나아간 ‘문화적 자각’, 그리고 세계의 보편성이라는 개념을 늘 염두에 두는 ‘문명적 자각’이 중국의 과거가 지나쳐버린 것을 고민하고 있는 현재 중국 지식계에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강조한다. “중국이 부상한 후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어떻게 부강에서 문명으로 가는가, 즉 세계의 주류가치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중국적 특성을 지닌 길을 어떻게 실현하는가다.” 2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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