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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커피는 너와 나의 연결고리


"아, 커피의 감미로움이란! 수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머스카텔 와인보다 부드러운 커피! 커피, 커피를 마셔야 해. 내게 즐거움을 주려거든 제발 나에게 커피 한 잔을 따라줘요!" 1732년 바흐가 작곡한 '커피 칸타타' 아리아의 첫 구절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딸이 혹여 중독된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에 딸의 대답을 담은 노래다.

바흐가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던 당시 독일에는 커피가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가정마다 커피를 즐기는가 하면 시내 커피하우스에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면서 커피를 즐기는 커피하우스 전성시대였다.

직장인, 월평균 3.2회 커피전문점 방문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긴 커피 칸타타를 듣고 있자면 280년 전 만들어진 음악이 지금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커피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는 서울ㆍ지방 할 것 없이 골목마다 커피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애호가들도 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남녀 직장인들의 커피전문점 방문 빈도가 월평균 3.2회로 1년 새 33.3% 증가했다고 한다. 바흐가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던 당시처럼 커피 예찬론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커피 예찬론자들은 무엇 때문에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한때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중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하루 80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야 글을 쓸 수 있다"고 한 프랑스 작가 발자크(Honore de Balzac)가 카페인 중독이었다는 역사적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20년 창작 생활에서 에너지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초인적인 집중력을 주는 매력의 검은 음료가 커피"라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과거 유럽에서 생겨난 커피하우스는 문인ㆍ예술가ㆍ철학자들로 대표되는 엘리트 계층의 아지트였다. 커피의 향과 맛에 매혹됐던 탓도 있지만 금기시돼 있는 사회적 이슈를 이야기하기에는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했고 커피하우스는 그들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커피하우스는 그렇게 역사와 변화의 중심에 있었고 커피는 그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됐다.



지금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낸다.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고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간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을 방문하는 것이 꼭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현대에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ㆍ디지털 유목민, 스마트폰ㆍ태블릿ㆍ노트북PC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시간ㆍ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일을 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21세기형 신인류)를 위한 카페, 친목 도모를 위한 카페, 혼자 공부하기 좋은 카페 등 다양한 이유로 커피전문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커피는 목적이 아닌 연결고리(connector)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듯이 오프라인상에서는 커피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상 소통과 교감 매개체 역할

이런 사회적 흐름에 맞춰 자연스러운 기업 문화를 통해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구글은 커피를 조직원들의 교감과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구글 본사(Google Plex)에는 직원들을 위해 모든 사무실에서 45m 이내에 간이 음료대가 설치돼 있는데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업무 중에도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렇듯 커피가 다양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 있고 누구와 어떤 곳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커피 한 잔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커피는 작은 콩 한 알로 시작해 한 잔의 커피로, 그리고 소통과 교감의 연결고리가 돼 세상을 음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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