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입 중단으로 양국 외교관계와 7조원 규모의 수출시장에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이런 적극적 제안은 일단 반갑다. 우리나라로서는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기업들의 수출대금 확보에 점차 문제가 생기게 돼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對)이란 수출대금은 이란의 대한국 원유 판매대금을 통해 결제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란의 제안은 여러모로 잘 따져봐야 한다. 우선은 미국 등 우방국과의 외교관계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정한 이란제재법의 예외국가로 인정 받았다. 유럽연합(EU) 보험사들의 거부 문제만 아니면 원칙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에 이란 정부가 제의한 방식으로 수입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이 이란 원유 수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란 국적의 유조선은 제재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란 핵개발에 반대하는 우방국들의 제재 움직임에 동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란 국적의 유조선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런 외교적 고려가 다 해결된다 해도 기술적인 문제가 남는다. 이란의 보험부담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타임스케줄에 맞춰 적기에 원유를 수송할 능력을 갖췄는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일단 이란의 제안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장의 원유 수입이나 수출시장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서 그렇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보유국이자 2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으로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나라다. 외교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큰 문제가 없다면 우리 국익이 최우선적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일본은 이란 원유 운송선박 보험에 관한 특별법까지 만들려고 하는 판에 우리나라는 이란 내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수입중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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