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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작은 행복
입력2002-07-02 00:00:00
수정
2002.07.02 00:00:00
지난 75년 석달간 신임 사무관교육을 받았던 대전에 통계청장으로 발령받고 내려온 지도 4개월이 지났다.
대전에 근무하면서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산인 계룡산에 가보지 않는다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얼마 전 토요일에 산을 좋아하는 직원 몇몇과 계룡산 등산을 했다.
산은 의외로 한가했다. 토요일이어서일까. 산길은 어딜 가나 등산객을 괴롭히는 '깔딱고개'라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다. 그리고 이 힘든 오르막이 끝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쉼터가 있어 사람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바짝 땀을 흘리며 남매탑을 지나 삼불봉에 올랐다. 눈 아래로 공주들판이며 대전시내의 조망이 시원하다. 상쾌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아! 행복하다!"
정말 얼마 만에 즐겨보는 토요일의 여가인지 모른다. 이를 즐길 수 있는 건 바로 대전청사가 '토요 격주휴무제'를 실시하는 덕분이다.
세간에서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논란이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주5일 근무제는 삶의 재충전을 통해 근로의욕을 제고하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긍정적 측면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사용자의 임금비용 상승 및 지나친 여가선호 경향으로 인한 근로의욕 저하 등 부정적 측면을 갖는다.
주5일 근무제 실시는 경제가 어려울 때 여가시간을 늘려 부족한 국내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한몫 했을 것이다.
저축이 아니라 소비를 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이야기는 절약과 근면을 지고의 선으로 알고 살아온 세대에게는 논쟁 자체가 생경할 것이지만.
지난해 우리 경제는 수출과 더불어 소비ㆍ투자ㆍ정부지출 등 국내수요를 진작시키는 소위 쌍발엔진(수출 및 내수) 덕분에 주변국이 뒷걸음 성장을 하는 가운데서도 3%의 성장을 이뤄냈다.
매달 통계청이 발표하는 서비스업활동동향과 산업활동동향 등을 보면 소비를 나타내는 내수 부문 서비스업이 두드러지게 성장하고 있고 제조업의 생산과 출하 그리고 가동률도 회복세를 타고 있다.
주5일 근무제는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면서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들에게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동시에 일할 의욕을 북돋워 활기 넘치는 근로현장을 만들어나갈 때 보다 튼튼한 경제엔진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의 작은 행복' 이것마저 사치라고 한다면 이 세상은 너무나 삭막하고 힘든 여정이 되지 않겠는가.
/오종남<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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