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에서는 매수에 나선 투신권과 매도에 나선 외국인이 정면 대결했다. 결과는 투신권의 승리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결 구도가 200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강도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측면에서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우선 올해 증시 호황을 이끌었던 주식형 펀드가 내년에도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 주식형 펀드로의 순자금 유입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 12~15조원, 해외시장에는 15~18조원이 각각 유입될 것으로 예상이다. 이는 올해 유입규모(50조원)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간접 투자가 정착됐다는 점에서 주식형 펀드가 증시의 든든한 안전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체 펀드에서 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11월 현재 35%에서 2008년 말에는 44%로 높아져 선진국형 구조를 닮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자산운용사 수신금액은 297조원으로 은행 정기예금 수신금액 275조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 9월 역전 현상이 나타난 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6%대의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펀드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이동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간접 투자 시장은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 고유가, 중국의 긴축우려 등으로 2008년 상반기 증시 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세와 기업이익 증가 등으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속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도 수급면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 9월말 기준 기금 가운데 15.4%인 33조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2008년에는 17%까지 늘리고 2012년까지는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학연금의 지난 10월말 기준 금융자산 투자금액 중 주식비중은 17.8%로 1조554억원에 이른다. 사학연금은 중장기적으로 채권비중을 50%이하로 낮추고 주식비중을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무원 연금도 주식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반면 외국인들은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면서 증시 상승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외국인들은 지난 11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7조7,175억원 어치를 순매도, 국내 시장 진출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매도행진은 12월에도 이어져 연간 기준 순매도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외국인들이 기록적인 순매도에 나선 것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우리나라보다는 고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브릭스 등 신흥개도국에 자금이 편중투입하고 외국인 보유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점, 하반기 들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뚜렷해진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의 영향력도 축소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서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2004년 4월 44%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떨어져 올해 말에는 32%선까지 하락했다. 올해에만 5%포인트나 감소했다. 김민성 부국증권 연구원은 “국제 평균인 30%가 될 때까지 외국인들의 차익실현이 이어진다고 해도 2008년에는 매도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신용경색이 해소되고 국가 신용등급 상향, FTSE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 매수세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국제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오일 달러, 차이나 달러 등의 국내 유입여부도 주목된다. 오일달러의 중동 지역 사회간접자본과 플랜트 등 설비투자는 국내 기업의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국내 증시에서 중동계 자금의 순매수 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인 중국이 지난 9월말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를 설립,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가 활성화 할 경우 국내 증시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 측면은 다소 부담이 되고 있다. 2008년 주식 공급 규모는 올해보다 다소 증가해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시가 총액 대비 1.3%수준에 불과해 통상 수준(3~5%)보다 낮아 증시에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려는 증권사들의 증자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5조원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의 경우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금융이 주식공급 증가의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상장도 이어진다. 포스코건설이 1분기 상장 예정이고 LG파워콤도 2분기 상장을 준비중이다. 또 위아, STX엔파코가 상장 예정이며 한솔교육, 약진통산 등도 상장을 준비 중이어서 물량부담은 1조4,0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시가총액의 1.3%정도의 물량 부담은 주식시장의 자본조달 기능이 정상화되어가는 수준”이라면서 “위축됐던 공급이 활성화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세이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는 국면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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