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이후 대권을 향한 여권내 주자간 경쟁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여권 내에는 8ㆍ8 개각 이후 등장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전 당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등이 차기 주자로 물망에 올라 있다. 여기에 홍준표ㆍ나경원ㆍ원희룡 의원과 이완구ㆍ정우택 전 지사들도 잠룡군에 포함된다.
특히 40대 총리로 파격 발탁된 김태호 후보자가 새롭게 각광을 받으면서 다른 대권 경쟁자 또는 그 측근들이 김태호 후보자를 견제하고 나섰다. 김태호 후보자에 대한 여권 주자와 그 측근들의 견제는 오는 24~25일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검증과 함께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주자중 비주류로서 현재 가장 유력한 박 전 대표는 정작 조용하지만 주류진영 주자들의 잇단 부상에 위기감을 갖는 친박근혜계 일부 의원들은 주류측의 ‘주자 띄우기’를 경계하며 떠오르는 주류측 주자들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동시에 박 전 대표가 대권 행보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인기 상승세에 있는 김문수 지사가 김태호 후보자와 쓴 소리를 주고 받았다. 김태호 후보자는 10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를 정해 놓고 뽑는 시스템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를 뽑는, 국민이 평가하고 선택해서 뽑는 시스템하고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김 지사가 차세대 지도자론에 대해 "중국은 리더십이 안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은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친박계 역시 김태호 후보자에 눈길이 곱지 않다. “6년의 지방행정 경험만을 가진 김태호 후보자가 자기보다 경력과 나이가 위인 부처 장관을 통솔할 수 있겠나”(친박계 중진의원)이라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다. 정몽준 전 대표의 측근인 전여옥 의원은 “김태호 후보자는 대선 후보군에 상당한 비중을 갖고 진입했다"면서도 "미사용품,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만으로는 (대권주자가) 안 된다"고 일침을 놨다.
10명이 넘는 대권주자가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은 이제 박 전 대표를 쳐다보고 있다. 대권행보를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던 그가 언제 대권주자 움직임에 빗장을 열지 관심을 갖는 것. 특히 친박계 의원 사이에서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친박계의 한 중진의원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권주자로서) 구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했고 친박계의 한 초선의원은 “지금도 늦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당분간 대권행보를 자제해온 그동안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대선이 2년 반 가까이 남은 지금 8룡(龍)이니, 9룡이니 하는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오만의 극치다. 국민이 얼마나 한심해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빨라질 거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털끝 만큼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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