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사법처리하고 정ㆍ관계 로비가 일부라도 밝혀질 경우 관련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죄목에 달렸다. 정치인의 경우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반면 공무원이라면 걸려들 확률이 높다. 정치자금이면 괜찮고 뇌물인 경우라면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혐의부터 따져보자. 김 전 회장의 혐의는 41조원 규모로 알려진 분식회계, 10조원대의 사기대출, 회삿돈 200억달러의 국외도피 등 크게 세가지. 여기에 비자금으로 대우그룹의 해체를 막기 위해 정ㆍ관계에 로비를 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추가된다. 대우그룹의 전 임직원들이 대법원에서 2년6월~5년의 징역형과 추징금 23조원을 선고받은 점을 감안하면 김 전 회장도 중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는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고 분식회계와 사기대출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중죄다. 대법원은 지난 4월 김 전 회장을 비롯한 대우 전 임직원 8명에 대해 총 23조원대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허위 재무제표를 만들고 사기대출을 받은 등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김 전 회장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했다. 대우그룹 관계자들은 분식과 부실규모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하지만 어떻게든 김 전 회장은 처벌 대상이라는 얘기다. 관심사는 유탄.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로비가 밝혀질 경우 관련자에 대한 처벌과 그 강도다. 99년 7월 당시 국내외 채권 금융기관들로부터 60조원 이상을 빌린 상태인데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만 7조원에 달한 대우그룹에 정부가 추가 지원한 자금은 14조원. 정ㆍ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검 중수부는 정ㆍ관계 로비의혹 부분에 대해 2001년 2월에도 내사한 적이 있지만 김 전 회장이 해외에 있어 진실규명에 실패했다.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본격 수사할 경우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과거 대우그룹이 정치권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해왔으며 고위 공무원들에게도 상당액의 뇌물을 뿌려왔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은 받은 쪽은 처벌이 불가능하다. 공소시효가 3년에 불과한 정치자금법 때문에 처벌을 할 수 없다. 반면 뇌물인 경우 시효가 3년인 정자법 위반과 달리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의 적용을 받기에 사정이 달라진다. 5,000만원 이상의 뇌물수수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어서 아직도 시효가 충분히 남아 있다. 98~99년 대우그룹 퇴출 전에 ‘재계의 마당발’로 통하던 김 전 회장이 퇴출을 막기 위해 거액의 뇌물을 정관계에 살포했다는 루머가 끊임없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를 밝혀낼 경우 뇌물을 받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전 회장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 수십명이 ‘살생부’에 올라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귀국하면 뇌물문제로 다치게 될 정치인이 한둘이 아닐 것이란 내용이다. 검찰이 정치자금과 뇌물 중 어떤 죄목을 적용하는 가를 둘러싼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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