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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그] 김연하 기자의 ‘학교에 안 갔어?’<1>

CCTV로 학교폭력 해결한다고? “에휴….”


안녕하세요. 서울경제신문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부 김연하 기자입니다. 저는 유ㆍ초ㆍ중ㆍ고에서부터 대학까지 교육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서요, 앞으로 ‘학교에 안 갔어?’라는 이름으로 여러분을 찾아 뵈려고 합니다. 블로그 ‘학교에 안 갔어?’는 지면의 한계로 인해 미처 담지 못한 교육현장의 이야기들과 함께 제가 취재하며 만났던 분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제 생각들을 편안하게 풀어놓는 자리로 만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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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처음으로 뵙는 자리에서 이렇게 한숨을 쉬니 죄송하네요. 하지만 이 글을 읽다 보면 여러분도 한숨이 절로 나오실 것 같습니다.

최근에 또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죠. 한 고등학생이 수 년간 학교폭력을 당해왔다며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또’라는 단어를 붙인 건 이런 일이 결코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작년 겨울에도 한 학생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있었죠. 그 뒤로도 많은 학생들이 같은 이유로 너무나도 아까운 목숨을 스스로 끊는 선택을 하고 말았고요.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고 여론이 들끓자 지난해 정부는 학교폭력대책을 떠들썩하게 발표하며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스쿨폴리스 확대에서부터 복수담임제, 체육활동 강화, 일진경보제 등 많은 제도들도 순식간에 도입했습니다. 물론 예산도 엄청나게 책정됐죠. 하지만 그 뒤에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학생들은, 거칠게 말해 죽어나갔습니다. 일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던 거죠.

그리고 얼마 전 경산에서 한 학생이 ‘또’ 자살했습니다. 그 학생은 유서에서 CC(폐쇄회로)TV를 언급하며 사각지대가 너무 많고 화질도 좋지 않아 폭력을 막아주지 못했다고 괴로워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또’ 대책을 시급하게 내놓았습니다. 사망한 학생이 지적한 CCTV의 개수를 늘리고 화질도 더 좋은 것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또 현재 전체 학교의 약 32%에만 설치돼있는 경비실을 2015년까지 86%로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만나본 교육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현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며 이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경비실을 한 학교에 40개는 설치해야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CCTV를 아무리 설치해도 화장실과 교실에는 설치할 수 없을 텐데 이건 어떻게 할 건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어차피 소리는 녹음되지 않는데 말로 행해지는 폭력은 어떻게 할건지 묻고 싶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현장의 선생님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한 선생님은 하루 종일 한가하게 CCTV만 보고 있을 선생님이 학교에 어디 있겠느냐면서 지금 있는 CCTV도 못 보고 있다고 하셨고요, 다른 선생님도 흡연이나 도난을 잡아내는 용도로만 쓰이지 폭력 용도로는 사실 잘 쓰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만나본 분들은 하나같이 학생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셨지만 학생이 유서에 CCTV를 지적했다고 아무런 검토 없이 그를 바로 정책에 도입한 정부를 한심해 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실 CCTV는 범죄를 막는 용도보다는 범죄가 일어난 후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찾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경찰에 신고를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이 CCTV의 효과가 있지만 학교폭력처럼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두려워해 신고를 못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확연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또 일반 기업 등에서는 범죄가 일어나나 안 일어나나 감시를 하기 위해 항상 CCTV 영상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지만 학교에서는 위의 선생님이 지적한 대로 이걸 할 사람이 없습니다. 통합관제센터라는게 있기는 하지만 숫자가 30여 개도 되지 않습니다. 이걸 그나마 2015년까지 140개로 늘리겠다고 하는데요, 그 숫자도 사실 터무니 없죠. 거기에다 학교폭력이란 건 물리적인 폭력 외에도 미묘한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도 다 포함하는데 이런 건 절대 CCTV로 걸러질 수가 없을 겁니다. 게다가 과거에 학교를 다녔던 독자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학창시절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정말 민감하잖아요. 무엇인가가 나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기분 좋을 리 없겠죠. 조지오웰의 ‘1984’처럼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에도 있는 사각지대를 CCTV가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 게 사실이고요.

제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다들 최소한 CCTV보다는 나아 보이는 대안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미 수 차례 이야기했지만 정부가 듣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물론 이 분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100% 맞다고, 학교폭력을 완벽하게 해결할 거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수 십년동안 학교 현장과 교육에 몸 담았던 분들의 의견이 단시간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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