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는 25일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단계"라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추진하는 대선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한 후 친서방 성향의 과도정부는 대선을 추진했으며 이를 그동안 푸틴은 "불법적"이라고 규탄해왔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11일 진행될 예정인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연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간스크·하리코프주의 주민투표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집결시켰던 러시아 군대도 철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푸틴이 유화적 발언을 쏟아냈음에도 서방세계는 그의 양보 제스처의 저의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크림반도 합병 당시에도 서방 측은 푸틴의 급습에 뒤통수를 맞은데다 최근 미·러·유럽연합(EU)·우크라이나 간 4자회담에서도 긴장완화 조치에 합의했지만 결국 동부지역 소요사태가 확산되며 대규모 인명피해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군대를 철수시켰다는 그의 발언 역시 믿을 게 못된다는 게 서방 정부의 입장이다. 나토군 관계자는 "러시아는 병력을 철수한다고 세 번 밝혔는데 세 번 다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기 못했다"며 "이번에도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상태로 대기 중"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
이 같은 이중 플레이에 대해 서방언론은 푸틴이 강온 양면전술을 구사하며 서방진영을 교란시켜 시간 벌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도 푸틴이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어차피 전면적인 물리적·경제적 전쟁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플로로프 외교전문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노리는 것은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킨 제2의 데이턴 협약"이라고 말했다. 즉 우크라이나 동부를 나토나 EU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식의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