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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9월 29일] 인문학의 재발견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이 무렵이면 과학기술계도 한 해의 결실을 챙기면서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지난 8월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한층 높아져서 더욱 그렇다. 과학기술계의 성대한 축제인 노벨상 수상자도 발표된다. 이제는 우리도 경제적으로는 물론 학술적으로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소망을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다양한 분야가 융합하는 시대 학문의 진정한 발전은 서로 다른 분야들 사이의 긴밀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특히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그렇다. 중세까지만 해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과학 혁명기를 지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철학에서 수학이 분리되고 수학으로 여기던 영역이 물리학이나 천문학과 같은 독립된 분야로 발전했다. 인문학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였던 문학과 어학도 다양한 방향으로 분화됐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학문의 분화는 더욱 가속화했고 이제는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영역을 이해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사정은 지난 1959년 영국의 물리학자 출신 과학철학자 C P 스노의 케임브리지대 강연을 통해 통렬한 비판을 받았다. 스노는 문학계의 지식인들과 자연과학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적대감과 상호 몰이해가 심각한 수준임을 경고하고 두 분야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교육과 학자들 사이의 효율적 소통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제3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늘날 전 학문분야의 융합과 통섭이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기억에 남을 정도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는 예외 없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다른 점보다는 비슷하고 공통된 특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러시아 출신으로 영어와 러시아어 모두를 이용해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던 인문학자 나보코프는 "상상력 없는 과학은 없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인문학도 없다"는 주장으로 과학과 예술의 전통적인 이분법에 일침을 가했다. 최고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적극적인 제안을 뿌리치고 나치 치하의 조국으로 돌아갔던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도 놀라운 수준의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던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분야가 서로 대화하고 융합하면서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간의 의식세계, 존엄성, 문화적 다양성, 지속 가능성과 같은 근원적 화두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건강과 질병, 인간의 인지, 세계화와 통합,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같은 문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힘을 합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인문학의 위치와 역할에 맞는 사회적 대응과제를 발굴하고 다학제 간 해결방안을 탐색하기 위한 학제 간 융합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1~27일 '인문주간'에는 '상상으로 여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국민들의 일상 속에 다양하게 녹아 있는 인문학의 가치와 역할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인문행사도 열었다. 삶의 근본·희망 배울수 있기를 최근 우리 사회는 어려운 경제현실 속에서 오히려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CEO, 평범한 시민, 노숙자, 군인에서 교도소의 재소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민들이 인문학 강좌에 귀 기울이고 있다. 고단하고 힘든 일상에서 사람들은 인문학을 통해 위로 받고 미래의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얻어 왔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들이 삶의 여유를 되찾고 그동안 덮어두었던 삶의 근본 문제들을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보다 다양한 인문학 관련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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