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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뒤로 숨어버린 세계의 경찰

미국 뒤에는 늘 '세계의 경찰' 이란 말이 따라붙는다. 세계 대전부터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미국은 해결사를 자처하며 크고 작은 국제 분쟁에 뛰어들어 교통정리를 시도했다. 그런 미국이 리비아 군사작전에서는 경찰 노릇 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습 3일만에 군사 작전권을 동맹국에 이양하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지상군 투입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24일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미국이 리비아에 발 담그기를 주저하는 것은 리비아가 중동 정세 관리를 위해 모험을 걸 만큼 매력적인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이스라엘과 중동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이집트처럼 정치적으로 중요하지도 않고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 테러리스트들의 터전도 아니다. 오히려 카다피는 알카에다로 부터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니 '적의 적의 친구'라는 등식도 성립할 듯하다. 미국은 유럽처럼 리비아 저유황 고급 원유(스위트오일)에 많이 의존하지도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전쟁' 변수로 내년 대선에서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전비 지출도 부담이다. 하지만 공습 3일째부터 다국적군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 쏟아지자 미국이 마냥 손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다국적군에 쏟아진 비난은 독자 행보에 나선 프랑스에 집중됐지만 다국적군을 추스르지 못하는 미국에도 화살이 돌아왔다. 다급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나토에 군사 작전을 이양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그가 전화를 한 곳은 남미 순방 마지막 국가인 엘살바도르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였다. 미국의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리비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데도 오바마 대통령이 남미 순방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자취를 감추면 범죄는 급증하고 세상은 무법지대가 된다. 미국이 몸을 사리는 사이 다국적군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고 독재자 카다피는 더 날뛰고 있다. 미국이 지나칠 정도로 세계 패권을 휘두른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에서 미국이 마냥 뒤에 숨는 것도 해법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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