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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의 일그러진 자화상] "대출 받으세요" 스팸 남발… 기대가 허탈로

<상> 토종은행보다 떨어지는 '선진금융'<br>캐피털 등이 주로 활용, 대출모집인제로 무차별 영업<br>국내 은행은 거의 운영 안해 "손쉬운 가계대출로 돈벌이만"



[외국계 은행의 일그러진 자화상] "대출 받으세요" 스팸 남발… 기대가 허탈로
토종은행보다 떨어지는 '선진금융'캐피털 등이 주로 활용, 대출모집인제로 무차별 영업국내 은행은 거의 운영 안해 "손쉬운 가계대출로 돈벌이만"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기자와 점심을 같이 하던 시중은행 부행장 A씨의 전화에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 시간에 급한 일 아니면 전화 올 데가 없는데'라며 받아 든 부행장의 수화기 너머에서는 "대출받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A씨는 "거기 은행은 점심도 먹지 않고 일합니까"라고 전화를 끊었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한국씨티은행이라고 하네요. 허허…"라며 어이없다는 미소만 지었다.

그런 전화를 일주일에도 여러 차례 받아 항의도 했지만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출모집인 제도를 가장 먼저 국내에 도입시킨 은행이 어디인 줄 아냐.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한다고 했던 '한국씨티은행'"이라고 귀띔했다. 대출모집인은 비정규직으로 실적만큼 돈을 받는다. 무차별대출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국내 시중은행은 거의 운영하지 않고 대체로 캐피털 등 제3금융기관들이 활용하는 수단이다.

무차별적인 대출영업은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다만 씨티은행처럼 전화 아닌 문자로 '대출 받으라'는 스팸을 날린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 제일은행을 인수한 SC 등 외국계은행이 무차별적으로 대출영업에 나서고 있다"면서 "정규직도 아닌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영업이 정말 선진금융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선진금융'에 대한 기대감 컸던 인수합병=지난 2004년 9월30일. 금융 당국은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를 예비인가를 내준다. 그러면서 "한미은행의 영업망, 기업금융 경험, 고객기반과 씨티은행의 전세계적인 영업망, 전문적 리스크 관리능력, 신상품 개발능력이 결합돼 국내 은행산업에 경쟁이 촉진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다. 세계적인 은행이 국내 은행을 인수한 만큼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도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비슷한 장면은 6개월 뒤인 2005년 4월11일, SC의 제일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당국은 "선진금융기법 도입을 통한 은행산업의 효율성 및 대외신용도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매물로 나왔던 국내 시중은행을 인수했던 곳들이 한결같이 론스타(외환은행), 뉴브리지캐피털(제일은행) 등 사모펀드였던데 비해 씨티은행이나 SC은행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은행이라는 점에서 정부나 감독 당국의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당시 인수과정을 처리했던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많은 기대를 했다. 글로벌뱅크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해서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100% 믿었었다"고 전했다.



◇기대가 허탈로…'돈벌이에만 혈안' 비판=기대가 허탈로 바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진금융도, 첨단기법도 없었다. 물론 나중에 부작용을 낳았던 '키코(KIKO)'와 대출모집인제도를 선보이기는 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씨티은행이 2006년께 대출모집인제도로 영업을 하길래 영업부서의 요청도 있고 해서 우리도 시험 삼아 도입을 해봤다"면서 "하지만 이미지 타격 등 부작용이 더 크더라. 그래서 곧 없앴다"고 말했다. 대출상담을 해봤다는 K씨는 "씨티은행 직원인지 확인하기 위해 명함을 달라고 했지만 사무실에 두고 왔다고 했다"면서 "금리도 전화할 때와는 달리 더 높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손쉬운 가계대출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도 외국계은행의 현재 모습이다. 은행권 전체의 대출은 기업대출(55%)이 가계대출(42%)보다 높은 데 반해 씨티은행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대출(14조3,000억원)이 기업대출(9조6,000억원)을 앞선다. SC은행 역시 가계대출은 26조9,000억원으로 기업대출(8조9,000억원)의 3배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두 은행 모두 합병 이전에는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사모펀드가 2000년 초 제일은행을 인수할 당시 이 은행의 기업대출(5조3,000억원)은 지금과 반대로 가계대출(1조7,000억원)의 3배나 됐다. 또 2004년 씨티은행과 통합되기 전 한미은행의 기업대출(10조7,000억원) 규모도 가계대출(8조8,000억원)보다 많았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을 은행에 의존, 기업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런 기능을 외면하면 은행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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