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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 틀 다시 짜자] <5·끝> 패러다임 전환 위한 5대 제언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공기업 위주에서 지방자치단체·민간업체·비영리민간조직 등으로 공급주체가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의왕시 청계지구내 국민임대주택 단지. /서울경제DB

프랑스는 전국 102곳에 준공공기관인 가족수당기금(CAF) 지부를 설치해 임대료 보조금 지급뿐 아니라 실업·가족수당 수혜자를 관리한다. 파리 시내 CAF지부 전경.


역대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은 양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사실상 전부였다. 주택정책이 시장 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어떻게 공급을 늘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을 확대에만 치중했다. 주거복지는 늘 정책의 하위 개념이었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이 주거복지의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주거복지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급 일변도의 틀에서 벗어나 저소득층뿐 아니라 하우스ㆍ렌트푸어 등 중산층의 주거안정까지 충족시키는 수요맞춤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성규 중앙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주거복지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주택정책과는 별도로 중장기 주거복지정책 로드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주택 점유형태는 자가ㆍ민간임대ㆍ공공임대가 각각 60%, 35%, 5%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비중을 최소한 1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재원이다. 전용59㎡ 공공임대주택 한 채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1억3,000만원이다. 여기에 정부 재정은 24%(3,200만원)만 투입된다. 나머지 9,800만원은 임대보증금ㆍ국민주택기금 융자ㆍ사업시행자 자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다.

매년 5만가구의 임대주택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6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한 순수 재정은 1조2,600억원에 불과하다. 1만가구를 짓기에도 부족한 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으려면 정부 재정을 대폭 늘리거나 현행 3%인 국민주택기금 이자율을 인하해 빚에 허덕이는 사업시행자의 공급 여력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 공급 재원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매년 쌓이는 국민연금 적립금 40조원 중 10조원씩만 떼내 5년 동안 50조원의 특별채권을 발행, 임대주택과 보육시설을 짓는 데 쓰자는 것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을 주식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당장 취약한 주거복지와 낮은 출산율을 극복하는 데 쓰는 것이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급 형태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내 건설방식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도심 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공급하는 매입ㆍ전세임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급주체도 중앙정부ㆍ공기업 위주에서 지방자치단체ㆍ민간기업ㆍ비영리민간조직(협동조합 포함) 등으로 다변화하는 한편 임대료를 소득과 입지 여건에 따라 현실화ㆍ차등화해 소득이 높은 입주자는 민간 단지로 이주하도록 유도, 더 많은 저소득층에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내년부터 무주택 저소득층에 보조금 형태로 월세 일정액을 지원해주는 '주택바우처'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임대주택 공급 위주의 주거복지정책이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바우처 같은 주거비 보조 제도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으로 많은 가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원석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바우처를 통해 30%가 넘는 민간임대시장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택바우처 도입에도 불구하고 쪽방, 비닐하우스촌, 고시원, 숙박업소 장기거주자, 홈리스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전망은 단기간에 갖춰지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단기간 대량 확보할 수 있는 기존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극빈주거층에 우선 제공해 사각지대를 점차 없애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④ 주거복지제도 효율적 전달체계 구축 필요

내년부터 주택바우처 제도가 도입되면 우리나라도 주거복지와 관련한 거의 모든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주거복지제도를 수혜자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일부로 실시되는 주거급여를 기초생활급여 수급자에게 지급해왔고 저소득가구ㆍ근로자서민전세자금과 같은 보증금 융자 제도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주택바우처를 새로 도입할 경우 주거비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별도의 전달체계(delivery system)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주거비 보조 정책은 수급자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정책 수단이다. 주택바우처가 도입될 경우 대상자를 선정하고 적절한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한편 소득수준 변화 등을 파악해야 하는 등 행정적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따라서 주거복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각 주(州)에서 주택바우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공주택청과 같은 행정기관이나 주거비 보조뿐 아니라 실업ㆍ가족ㆍ장애수당까지도 관리하는 프랑스의 가족수당기금(CAF)처럼 독립적인 전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주거복지정책이 임대주택만 공급하는 데 치중하면서 전세자금 대출이나 주택 개ㆍ보수, 주거급여 등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은 빈약했다"며 "주택바우처가 도입되는 등 주거복지와 관련한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만큼 이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⑤ 유사 정책 통폐합·연계성 확보 바람직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우리나라 주거복지정책에도 적용된다. 한정된 재원으로 점증하는 수요에 최대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에 혼재돼 있는 주거복지정책을 통폐합하거나 최대한 연계성을 확보하는 등 거버넌스(governance)를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공공임대주택이 공급 중심의 주거복지정책이라면 주거비 보조는 수요자 중심의 대표적인 정책수단이다. 정부는 저소득층과 근로자서민의 전세자금 또는 임대보증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주택구입도 지원해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총 17만5,000가구가 6조3,000억원의 전세자금 지원을 받았고 근로자서민주택구입(최초주택구입 포함)이나 보금자리론을 통해 약 9만8,000가구가 주택을 장만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주택기금 지원 사업 중 근로자서민구입자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과 상당 부분 중복되기 때문에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주택기금은 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 지원에 역할을 집중하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구입자금 보증역할을 보다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각 부처에 산재한 주거복지 관련 정책을 통폐합하거나 연계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령 사회취약계층의 주택을 개ㆍ보수해주는 사업의 경우 국토해양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ㆍ환경부ㆍ농림수산식품부ㆍ지식경제부ㆍ여성가족부도 실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토부의 사회취약계층 주택 개ㆍ보수 사업 예산 300억원이 복지부의 주거현물 급여사업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국토부는 두 사업이 수혜대상이 동일할 뿐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각 부처 간 주거복지정책을 조정하거나 최상의 거버넌스를 갖출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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