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5월과 10월 축제기간에 몰려 있는 대학들의 개교기념일 행사가 올해는 더욱 뜨거워 질 전망이다. 60년, 100년, 120년…다른 해와 달리 한국의 근현대사와 맞물려 있는 대학들이 지내 온 인고(忍苦)의 성상(星霜)이 고스란히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한말 근대 여성교육의 요람으로 문을 연 이화여대…을사조약으로 이미 기울어진 나라에 인재 양성의 기치를 꽂은 동국ㆍ숙명ㆍ삼육대…해방의 기쁨과 함께 격동의 현대사를 내달려 온 서울ㆍ국민ㆍ건국대…대학들도 벌써부터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학교 설립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히말라야 원정 나선 동국대=최근 각 대학들에 따르면 동국대는 올해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1일 ‘히말라야 횡단 원정대’ 발대식을 가졌다. 이 학교 산악부 출신 산악인 박영석씨가 이끄는 원정대는 이날 동판부조 제막식을 가진데 있어 25일부터 북릉(중국)∼남동릉(네팔) 루트로 에베레스트 원정에 나섰다. 박 대장은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산악인으로 꼽힌다. 동국대는 내달부터 ‘충무로 열린영화축전’, ‘비무장지대(DMZ) 생태 평화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불교생태학 총서도 수시로 발간할 예정이다. ◇릴레이 성화 봉송식 여는 숙명여대= 동국대와 ‘동갑’인 숙명여대는 100주년을 맞는 릴레이 성화 봉송행사를 거행한다. 지난 2월 채화된 불이 창학기념일인 5월 22일까지 100일간 전국의 동문, 학생, 교직원, 교외인사들의 손을 거치며 전달돼 행사 당일 기념식장으로 들어와 이후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서 영구히 타오르게 된다. 국내외 해외 총장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글로벌 리더십 특강’도 마련한다. 오는 31일 정창영 연세대 총장 등 국내외의유명 대학총장 30여명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음악회와 요리시연회가 열리고, 100주년기념 우표도 발행할 예정이다. ◇해외 장학생 입학시키는 이화여대=삼육대 역시 개교 100주년을 맞아 각 광역시별로 개교일인 10월10일에 태어난 고교생 100명을 초청해 생일 파티를 열어 주고, 인근 소년소녀가장들도 초청하기로 했다. 개교 120주년을 맞은 이화여대는 스크랜튼 여사의 창립 정신을 기리는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마련, 첫 장학생 24명을 이번 학기에 입학시켰다. 앞으로도 매 학기 해외 학생들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또 한국 근대여성 교육의 발상지 이화학당 한옥 교사(校舍)를 신촌 캠퍼스내에 정동의 옛 모습 그대로 복원, 기념일인 오는 5월 30일 봉헌식을 가질 예정이다. ◇개교 60주년 맞는 서울ㆍ국민ㆍ건국대=개교 60주년을 맞는 대학들도 푸짐한 잔칫상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는 오는 8월 일본 동경대와 바둑 교류전을 열고 노벨상 물리학 분야 수상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다양한 학술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 국민대는 장학생 100명을 선발,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로 해외 현장학습을 보내고, 외국자매대학 학생들도 초청하기로 했다. 관내 주한 외교사절 및 대사 부인들을 초청해 도예 체험의 행사도 갖는다. 건국대는 오는 5월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하는 ‘마라톤 대회’를 준비 중이며, 미국과 중국의 교수 20여명을 초청해 ‘국제 삼각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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