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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문제점

강기성 <사단법인 전력경제연구회장>

최근 국회에서 공동발의를 협조 요청 중인 ‘방사성폐기물관리법제정안’을 살펴보면 방사성폐기물과 관련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됐을 뿐만 아니라 법률안의 제정 취지와는 동떨어진 곳에 실질적인 관심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법률안 제정목적과 어긋나 동 법률안은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와 민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 정부에 9인으로 구성되는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를 두고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납부하는 부담금을 기초로 하는 ‘원자력발전사후처리기금’을 설치ㆍ운영하며 방사성폐기물의 처분 등의 사업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선 현 정부에 들어서 유난히 유행하는 ‘위원회’가 또 하나 생기는 것이다.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원자력산업 중의 한 부분에 불과하므로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원자력건설관리위원회’ ‘원자력발전관리위원회’ ‘원자력연료관리위원회’ ‘방사성동위원소관리위원회’ ‘원자력인력개발관리위원회’ 등등 제목만 붙일 수 있는 일이면 한없이 많은 위원회가 추가로 양산될 소지가 있다. 둘째,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의 위원 9명 중에서 2분의1은 환경보호운동단체 또는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정부의 정책 입안 및 집행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사회의 감시자(Watchdog)라고 하는 제3자적 입장에서 지켜보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이해당사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으로 시민단체의 본분을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법률안은 현재 한전의 100% 출자회사이자 정부재투자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전기사업법에 따라 조성하고 집행하는 ‘원전사후처리충당금’이 당초 정한 목적 외로 집행되고 유용되는 것을 우려해 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원자력발전사후처리기금’으로 전환하도록 정하고 있다. 먼저 원전사후처리 충당금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노란 드럼통)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 후 핵연료)을 저장하고 수송하고 영구처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에 필요한 금액뿐만 아니라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를 해체ㆍ철거하는 금액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금액은 적립하는 시기와 실제 사용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회계학적으로 우선 ‘충당’하고 나중에 집행을 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회계기준에 적합한 회계처리로서 회계장부상에 부채로 표시된다. 공인회계사가 회계감사를 하고 ‘적정’하다는 판단을 해 공시를 한 바 있다. 목적 외로 유용되고 있다는 주장은 회계의 기본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넷째, 법률안이 정한대로 ‘원자력발전사후처리기금’을 설정하게 되면 정부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즉 법리상 기금의 부담금을 법이 정한대로 납부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해체와 철거’에 대한 부담을 정부에 떠넘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고준위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의 영구처분을 둘러싸고 원자력발전사업자와 미국 연방정부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다섯째, 위원회의 역할 또는 업무범위(법 제4조)는 방사성폐기물의 중간저장이나 영구처분시설 부지의 선정까지만 하도록 돼 있어 시설의 건설ㆍ운영ㆍ폐지를 담당해야 할 별도의 기관을 추가로 설립해야 하는 반면 ‘기금’의 용처(법 제13조와 제14조)는 수명 종료한 원전의 해체ㆍ철거와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의 마지막 행위까지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조항 상호간에 괴리를 보여준다. 지역발전 도움되게 검토해야 여섯째, 중간저장이나 영구처분시설 부지의 선정과정에서는 ‘경제적 타당성 등’에 관해 충분히 검토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바 이는 지금까지 각종 시민단체가 줄기차게 금기시해오던 ‘경제성’만을 중시하는 정책 법률안을 채택하고 있어(법 제19조) 시민단체 인사를 위원회 위원의 2분의1로 충원하도록 하는 조항과는 상치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해소하고 민주적인 정책추진을 위한다면 시민단체가 장악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데 중점을 둔 법률안을 제정하기보다는 미국의 고준위폐기물정책법과 같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을 수렴하며 사업을 순리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절차법의 제정이 필요하고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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