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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가격'만 보던 눈 '미래 가치'로 쏠려… 외국인도 "질적 변화 상징"

[Hot 이슈] <상> 현대차 '한전부지 인수' 달라지는 평가

업무효율 상승·해외영업 총괄… 주변 상업지구 활성화 촉진도

재계 "한국 경제에 큰 도움… GBC 완공땐 현대차 재도약"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9월 10조5,500억원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 받자 재계에서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 돈이면 해외 유명 자동차 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거나 국내 대기업도 손쉽게 사들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외국인을 포함한 주주들도 술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전 부지 이슈는 지난 3월 주주총회 때까지 계속됐다.

그런 현대차 한전 부지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현대차가 추진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모습을 드러내면 현대차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나라 전체의 문화ㆍ관광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현대차는 GBC를 매년 250만명이 찾는 독일 폭스바겐 본사 '아우토슈타트'처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10조원 이라는 가격도 그리 높은 것이 아니었고 더 높은 가격에라도 샀어야 한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현대차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지난해만 해도 현대차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는데 GBC가 건립되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이름에 걸맞은 업무시설과 복합 상업지구를 갖추게 된다"며 "계열사들을 한곳에 모아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해외 영업을 총괄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다"고 했다.

특히 서울 시내에 본사를 갖고 있지 못한 곳이 현대차 한 곳뿐이고 삼성의 경우 서초 사옥이 본사 인력에 비해 비좁다는 말이 나오면서 인수가격에 대한 재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115층짜리 업무용 빌딩과 쇼핑시설, 최고급 호텔, 자동차 박물관 등을 세울 방침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세계 딜러대회'를 포함해 각종 행사도 이곳에서 치를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 기준 연간 10만명 방문, 1조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차 딜러대회만 해도 전 세계 5,000여명이 참석하는데 국내에는 이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하기가 어려워 미국 라스베이거스 같은 데서 행사를 해왔다"며 "한전 부지 개발로 호텔 등을 세우게 되면 안정적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딜러들은 현지에서 재력가들이어서 국내에서 대회를 하면 국내 소비가 크게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 상업지구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도 '코엑스-한전부지-잠실운동장' 일대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올 상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에 입찰할 예정인 현대백화점그룹도 한전 부지 건너편의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확정했다. 삼성동 일대가 대규모 상업지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현대차의 입찰금액에만 눈이 갔지만 삼성동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개발계획이 성공하면 서울을 포함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도 글로벌 업체라는 명성에 맞는 본사를 갖추게 돼 10조원이라는 금액이 아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전 부지 건으로 현대차를 떠났던 외국인들도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이달 10일 기준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44.6%다. 지난달 초만 해도 44.3%를 선을 오르내렸지만 한 달 새 0.3%포인트가량 높아졌다. 한전 부지 낙찰 전의 45.5~6%대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43.59%까지 빠졌던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귀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GBC 건립은 현대차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자동차 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금의 일정대로라면 현대차는 이르면 2020년 GBC에 입주할 수 있다. 2020년은 현대차가 생산 차종의 연비를 25% 높이겠다고 공언한 해이면서 '친환경차 글로벌 넘버2'에 오르겠다고 한 시기다. 1970년생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만 50세가 되는 해도 2020년이다. 현대차그룹에 질적인 변화가 생기는 해가 2020년인 셈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차가 독자 모델을 만든다고 할 때나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대놓고 반대했는데 이는 견제의식이 컸기 때문"이라며 "현대차가 GBC를 세우게 되면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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