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정부가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내놓았다. 경제규모 10위, 무역규모 8위, 경제성장률 2위 등 화려한 경제 성적표에 반해 사회지표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살률과 저출산률은 1위, 사회복지지출은 34개국 중 33위에 머물러 있다. 경제규모는 커지는데 왜 국민의 행복지수는 추락하는 것일까.
나라가 망할 때 나타나는 7가지 '사회악'이 있다고 한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가 그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러한 '악'에서 하나도 자유스러운 것이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회적 자본의 황폐화'가 그 주범이다. 정부보고서만 보더라도 신뢰ㆍ법치ㆍ청렴수준은 최하위이다. 그간 성장만을 중시한 발전전략이 신뢰ㆍ정직ㆍ정의ㆍ청렴 등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황폐화시켰기 때문이다.
날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와 이로 인한 갈등과 분열, 모든 것을 돈과 경제로 평가하는 '물신주의', 목표를 정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성과 지상주의', 원칙과 정도를 무시하는 '반칙과 특권의식'이 사회적 자본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경제지수'와 '행복지수'는 가위의 양날과 같다. 양날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종잇장 하나도 잘라 낼 수 없는 것처럼, 두 지수가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면 지속적인 성장은 어려워진다. 훼손된 갯벌이 회복되는 데 수십, 수백년이 걸리듯 사회적 자본은 일단 황폐화되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자본'을 제 자리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경제지수와 행복지수는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국가의 힘은 경제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최고의 능률은 정의에서 나온다'고 했다. 공공 부문과 가진 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와 모범을 보여주고, 경제주체들이 이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게 되면 그 긍정의 에너지를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자본은 지도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만 실천해줘도 돈 들이지 않고 확충될 수 있다. 돈ㆍ지식ㆍ권력을 가진 자들이 천민자본주의와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변화와 혁신ㆍ창의와 도전의 마력을 보여줘야 한다. 나라가 사는 길, 지도층이 각성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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