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1·4분기 경기 바닥론을 꺼내들며 경기회복의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가 뚜렷하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가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ㆍ골드만삭스 등 10개 주요 IB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3.3%로 집계됐다. 이는 1월 말 기준 3.4%에서 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외국계 IB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9월(3.9%)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UBS와 더불어 우리 경제에 비관적 전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노무라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내렸다. 노무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수출과 내수ㆍ민간소비 등에서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국내 수출이 하반기에 V자형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기저효과와 상반기 수출부진 등에 따른 것으로 올해 수출 증가율은 2008년(-13.9%)을 제외하면 2002년(8%) 이래 최저치인 5.5%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따라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재정부양에 따른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노무라는 "높은 가계부채 수준 등으로 민간소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며 올해 민간소비 성장은 지난해의 2.3%보다 둔화된 1.0%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씨티그룹도 "1~2월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판매부진은 민간소비 둔화세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민간소비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중 대내외 경기가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적 불안과 고유가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존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및 신용시장 여건 악화가 한국의 금융 부문 여건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의 고유가가 일시적인 것인지, 기조적인 변화인지 불분명하다"면서 "브렌트유가가 130달러를 넘는 수준이 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경제구조가 국제유가의 변동에 취약한 만큼 고유가가 이어지면 환율 및 주가는 물론 기업들의 경영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