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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북핵, 미국의 진의는 무엇인가

전용호 기자 <정치부>

“모든 핵을 포기할 수 있다.”(김계관 북한 외무부 부상)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착수하겠다.”(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활발한 예비접촉을 거친 후 열린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기조연설을 통해 밝힌 기본 입장이다. 특히 힐 차관보는 북한과 전면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김 부상은 모든 핵 포기 가능성을 밝히면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얼어붙은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수사’는 협상을 위한 윤활유일 뿐이다.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순진한 일이다. 힐 차관보가 밝힌 관계정상화는 단 하루 만에 미국 스스로에 의해 무참히 깨져버렸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힐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가 말한 것은 6자회담의 의제이며 즉, 한반도 비핵화”라며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너무 쉽게 번복됐다. 또 힐 차관보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코맥 대변인은 “우리 시각은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고농축 우라늄은 물론 플루토늄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와 미국 백악관의 이 같은 온도 차이는 6자회담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힐 차관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원장(chairman)”이라고 부르는 등 관계 개선 의지를 애써 밝힌다고 해도 정작 백악관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혼란스럽기만 할 뿐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한ㆍ미ㆍ일간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가 나중에 번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이 과거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물론 미국이 과거보다 진지한 자세를 보이면서 ‘말 대 말’ 수준의 타협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회담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6자회담은 단지 힐 차관보가 북한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듯한 ‘화려한 수사’를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가 진심으로 북한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 ‘실효성’을 담보한 합의가 가능하다. 미국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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