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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바로 서는 건설현장] <상> 불공정 관행 이번엔 개선하자

발주기관 '갑질' 제동… 적폐 해소 첫 단추



부당한 계약조건·비용 전가 등 각종 편법에 공사할수록 손해

'불공정 관행 개선방안' 조치에 선순환적 개선 기반 마련 평가

발주기관의 자발적인 실천… 보복행위 금지 노력 필요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건설공사 발주자 불공정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건설업계는 지금까지 건설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환영하면서도 앞으로 제값 받고 제대로 시공하는 풍토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이번 조치가 건설현장에서 불공정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향후 실천방안과 남은 과제를 시리즈로 살펴본다.

국토부의 불공정 관행 개선방안은 주요 건설공사 발주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의 다양한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는 내용이다. 사실 이들 발주기관은 건설업계에서 이른바 '슈퍼 갑'으로 통한다. 이들 기관에 잘못 보였다가는 대규모 공공공사의 수주가 막혀 일감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건설업계가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은 그만큼 현재 업계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각종 불공정 관행에 공사할수록 손해=건설업계는 그간 공공 발주기관의 불공정 행위로 공사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막대한 손해도 감수해야 했다. 실제로 건설업체 A사는 한 공기업이 발주한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하면서 공기업의 요구에 따라 마감재를 교체하고 국가계약법 상 기준에 근거해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하지만 발주기관은 내부지침을 이유로 추가 공사비 중 1억1,200만원을 부당하게 삭감해 지급했다. 터널 공사를 수행하던 B사의 경우 야간 공사에서 발생한 모래흙을 인근 가적치장에 임시로 쌓아두면서 임대료 등 5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하지만 공사를 발주한 공기업은 내부지침에 가적치장 운영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5억원을 B사에 모두 떠넘겼다.



도로공사를 수행하던 설계회사 C사 역시 발주기관의 요구로 5개월간 합동사무소를 운영하며 발생한 비용 1억2,000만원 중 발주기관으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은 1,000만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발주기관이 공사 시작 전부터 제기된 인근 마을의 어업피해보상비 4억원을 시공사에 떠넘긴 사례도 있다.

한 건설업체 고위관계자는 "최근 공공 발주기관들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가뜩이나 낮은 가격에 공사를 발주하면서 국가계약법에 명백히 어긋나는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요하거나 당연히 지급해야 할 비용을 건설업체에 전가해 건설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발주기관의 자발적 실천과 보복 금지 필요=발주기관 불공정 관행 개선방안이 마련됨에 따라 이 같은 건설현장의 적폐를 해소할 첫 단추를 꿰게 됐다는 평가다.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그동안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 불공정 관행만 문제 삼고 최상단인 발주기관의 불공정 관행은 간과되어온 게 사실"이라며 "발주기관과 원도급자 간 불공정 관행 개선을 통해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하도급자와 근로자 간 불공정 관행을 선순환적으로 개선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에 대한 발주기관들의 자발적인 개선작업이 중요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반응이다. 아울러 업계 일부에서는 발주기관들이 개선안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건설사를 압박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공사가 중단된 휴지기간 간접비를 미지급해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한 공기업은 건설사들이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공사현장 감독을 강화하며 업체들에 부실벌점을 부과한 바 있다. 결국 발주기관의 압력에 못 이긴 건설사들은 소송을 취하해야 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발주기관의 보복행위는 물론 불공정 관행 개선으로 늘어난 예산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현장이나 항목의 예산을 줄이는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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